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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 자신의 재능부터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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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2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0년래 최저 수준인 63.2%로 떨어졌다고 한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갖가지 정책이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지만 사실상 뾰족한 해결 방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고교 졸업자의 83%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양질의 신규 취업처가 획기적으로 창출되지 않는 한 구조적인 고학력 청년실업은 불가피하다. 대학에 다니면서 전공과 상관없이 영어와 상식을 공부해야 하고, 졸업 후에도 적지 않은 기간을 두툼한 수험서를 끼고 고시학원을 전전하며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의 채용 시험을 준비하다가 그마저 잘 안 되어 실망 실업자가 되는 것이 청년 취업의 현주소다.

직업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다. 자아실현의 과정이며 삶의 보람을 얻는 원천이다. 일과 직업은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결국 이 문제는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가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나는 본다.

기복염거(驥服鹽車)라는 옛말이 있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준마가 헛되이 소금 수레를 끈다는 뜻으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자기 재능을 발휘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오늘날 이 땅의 많은 청년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망과 좌절로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고 있다. 자신은 천리마인데 주인을 만나지 못해서, 때를 잘못 타고나 이 꼴이라고 한탄하며. 염거(鹽車·소금수레)라도 좋고 분거(糞車·똥수레)라도 끌고 싶은데 그마저 마땅치 않은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의 진정한 문제는 스스로 자기 속의 재능을 찾아내지 못하는 데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남이 알아주기만 바랄 뿐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번지수가 달라도 한참 다른 곳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자신만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 사람에게는 공부 머리도 있고 일 머리도 있다. 일 머리를 가진 사람들의 능력을 개발하고 키워 졸업 후 즉시 현장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기능엘리트를 양성하는 곳이 바로 폴리텍대학이다. 기술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6개월에서 2년까지의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현장실무 중심의 첨단 기술교육을 받고 평생을 자기 힘으로 먹고살 수 있는 실용적인 테크니션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엔 4년제 대학을 나와 유학을 다녀와서도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좌절에 빠져 있다가 폴리텍에 입학해서 다기능 기술자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보석과 같은 이가 많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기술의 무한경쟁시대, 하이테크시대는 간판 아닌 실력의 실사구시 실용의 시대다.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찾아 나서야 한다. 스스로 천리마가 되어야 한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소금수레를 끌고 허드렛일을 하며 귀중한 청춘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보석과 같이 빛나는 기술을 익혀 기술의 가치, 땀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 시대의 천리마가 되어야 한다.

허병기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