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무대 관객들 자유로운 몸짓-음악무용축제 '워매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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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구촌 스포츠축제인 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던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교외의 작은마을 리딩시 리버메드에서는 세계의 음악인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축제를 열고 있었다.세계의 음악인과 무용가들이 펼치는 지구촌 최대의 음악무용축제 WOMAD(World of Music Arts & Dance)의 현장이다. WOMAD는 세계각국의 민속음악을 대중음악과 결합해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내는「월드뮤직」의 본산.82년 영국 출신 록가수피터 가브리엘의 주도로 영국 웨스트 잉글랜드의 소도시에서 개막된 이래 88년엔 덴마크.캐나다등 영국 이외의 지역 에서도 개최하게 됐고 15년간 18개국에서 열려 모두 90여개국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1년에 한두번 영국에서만 개최되던 WOMAD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매년 10여차례 열리는 명실상부한 지구촌 음악잔치로 자리잡았다.
여섯번째 WOMAD가 열린 리딩시 리버메드는 런던에서 기차로40분 거리.평소 한산한 이 도시는 각국의 공연참가자와 관람객으로 모처럼 활기에 넘쳤다.이번 축제는 역대최대규모인 26개국2백여명의 예술인들이 참가했고,특히 탄자니아. 짐바브웨등 아프리카에서만 6개국이 참여해 이채를 띠었다.96WOMAD가 치러지는 리버메드공연장은 1만여평의 부지에 철망을 둘러치고 가건물을 세워 다섯곳의 임시무대를 분산배치했다.
각국의 참가자들이 배정된 시간에 공연하면 관객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마음에 맞는 리듬에 몸을 맡긴다.한낮 땡볕에 상의를벗어던진채 눕고,서고,앉고,먹고,마시고,춤추고,노는 모습들에서는 음악이 만들어내는 자유의 공감대가 넘쳐 흐른 다.
「음악의 본질은 자유」란 WOMAD의 이념이 그대로 전달되는대목이다.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쉽게 넘고 인종의 구분마저 깨뜨리는 유력한 예술장르인 음악에 의한 화합,인간해방과 행복찾기가이곳엔 있었다.
오후1시 자메이카의 앤디 해밀턴이 그의 밴드를 이끌고 야외공연장 무대에 오르자 곳곳에 흩어져 있던 관객들이 몰려들었다.이색적인 리듬을 타고 광란의 몸짓으로 몸을 흔들어대며 앙코르를 연호하는 관중들의 열광으로 공연은 예정된 시간을 30분 이상 넘겨 계속됐다.오후3시엔 「하나의 세계」로 이름붙은 천막무대에서 티베트의 전통음악가 영첸 라모의 공연이 이어졌다.그녀의 입에서 우리의 민요를 연상케 하는 느린 템포의 구성진 가락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명상에 잠긴 듯 고 요해진다.조금전까지의 광란의 몸짓은 간데없는 진지한 모습들이다.
아프리카 토속리듬 연주는 최고 인기공연중 하나.대형천막 안에서 20여명의 밴드가 북으로만 만들어내는 리듬에 맞춰 일부 여성관객들이 상의를 벗어던진채 정신없이 춤을 춰댄다.곁에는 누운채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이들과 진한 키스를 나누는 남녀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각종 슬로건도 눈에 띈다.「중국에 인권을」이란 캠페인을 벌이며 서명운동이 한창이고 멸종위기의 「코뿔소를 살리자」며 가면을쓰고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중국.티베트.인도.아프리카등의 전통공예품과 이색풍물을 모아놓은 상점이 2백여곳 늘어서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인디언 북을 파는 한 상점에선 진열된 북을 두드리는 손님들에 의해즉석연주가 이뤄지기도 한다.작게는 리딩시 리버메 드의 마을축제로,크게는 인종과 민족을 넘는 세계음악인의 화합잔치로 WOMAD는 음악을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 「열린마당」의 모습 그대로였다.
리딩(영국)=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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