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동학군 유해 봉환 다룬 특집극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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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MBC와 KBS간에 「해골분쟁」이 벌어졌다.언뜻 한여름밤 시청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납량물 싸움」 같지만 정작 속을들여다보면 방송사간의 낯뜨거운 다툼임이 금세 드러난다.
분쟁은 지난 5월30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90여년만에 봉환된동학농민혁명군 지도자 유해 한 구에서 비롯됐다.올초 『한국 동학군 지도자 유해 한 구가 일본 홋카이도대 실험실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MBC는 특집다큐멘터리로 제작 키로 했다.일제의 침략성을 드러낸 사안의 비중을 감안,MBC는 학계.법조계.정치권.종교단체로 구성된 유해봉환위원회(상임대표 한승헌변호사)와 함께 5월30일 유해를 국내로 봉환했다.
제작팀은 이 과정에서 유해가 발견된 일본 홋카이도대는 물론 유해가 유출된 전남 진도를 5월초와 6월초 두차례에 걸쳐 현지답사했다.최종편집까지 마친건 지난 6월말.MBC는 프로그램 내용상 8.15특집용이 적절하다고 판단,8월12일 밤11시 특집다큐멘터리 『임은 누구십니까』로 방영키로 결정했다.그런데 KBS가 뒤늦게 광복절 관련프로의 주제를 동학군 지도자의 유해봉환으로 잡고 나섰다.MBC가 제작을 완료한 6월말께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KBS는 『역사추 리』에서 특집을 꾸미기로결정한 것.
제작지시를 받은 『역사추리』의 최종을PD는 7월말 진도를 한차례 취재한후 현재 일본 홋카이도에서 현지 촬영중이다.KBS는동학군지도자 유해봉환 프로그램을 MBC보다 3일 앞선 8월9일방영키로 편성을 확정했다.
KBS의 이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MBC는 발칵 뒤집혔다.양사간 치열한 신경전과 입씨름이 뒤따랐다.졸지에 특종을 가로채기(?)당하게 된 MBC측은 『짧은 제작기간중 졸속제작에 나선 KBS가 MBC의 아이디어와 성과를 훔치고 있다』 고 발끈했다.이에 대해 KBS측은 『「역사추리」의 소재로 딱 떨어져 제작에 나섰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MBC측은 그러나 『상도의를 저버린 KBS의 비도덕적인 처사』라며 방영시기를 8일밤으로 맞대응 편성했다.방송전문가들은 소재발굴보다 속보이는 베끼기에 급급하는 KBS의 처사를 비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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