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Q&A] 부실정리기구 왜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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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시작한 미국의 금융위기는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금융시장도 흔들거리게 했다. 이번 사태에선 낯선 용어가 많이 나왔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왜 문제 됐나.

“미국에선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받은 사람의 신용에 따라 우량 대출인 프라임(prime)과 비우량 대출인 서브프라임(sub-prime)으로 나누고, 그 중간 단계를 ‘알트A’로 분류한다. 우리 식으론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서브프라임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가 된 것은 급격하게 올랐던 집값이 지난해부터 하락했고,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확산한 데는 채무담보부증권(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이 영향을 줬다는데.

“서브프라임 대출을 한 금융회사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대출채권(債權)을 모아 주택저당증권(MBS)을 만들어 시장에 매각했다. 이런 MBS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하나의 증권을 만든 것이 바로 CDO로,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이다. 금융 기법이 발달하면서 기초자산보다 훨씬 더 많은 파생금융상품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금융위기를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신용파산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란 무엇인가.

“투자자가 사들인 채권이 기업의 도산 등으로 휴지 조각이 되는 것에 대비해 보험에 드는 것이 CDS다. 투자한 채권의 원리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 보험료를 받은 쪽에서 이를 물어주는 형태다. 그러나 이런 권리를 사고팔 수 있게 되면서 위험을 회피하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투기적인 거래 수단으로 변질된 경우도 나타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기초자산에 부실이 생기자 이를 기반에서 만들어진 CDO와 CDS에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들이 왜 많이 무너졌나.

“은행은 크게 투자은행과 상업은행(CB:Commercial Bank)으로 나뉜다. CB는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를 대출하면서 수입을 얻는 것이 주 업무이고, IB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거나 거래를 중개하면서 이익을 내는 회사다. IB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팔거나 투자를 했는데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지면서 큰 손실을 냈다. 고객 예금을 받지 않아 신용도가 하락하면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

-미국 정부는 왜 부실채권정리기구를 만들려 하나.

“1989년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이 줄도산했을 때 이들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리신탁공사(RTC:Resolution Trust Corporation)를 모델로 하고 있다. 정리신탁공사는 95년 해산할 때까지 3940억 달러에 이르는 부실채권을 처리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선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이런 역할을 했다. 금융회사들은 부실 자산을 털어낸 뒤, 합병이나 증자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 부실 자산을 인수하기 위한 돈은 국채 발행이나 국민이 낸 세금(공적자금)으로 마련한다. 미 정부는 최근 의회에 7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 조성을 요청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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