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淪落-몸을 파는 행위 원래는 '몰락'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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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백낙천(白樂天.772~846)이 강주(江州.江蘇省 九江縣)에서 귀양살이 할 때의 이야기다.하루는 친구를 배웅하러 장강(長江)에 이르렀다.깊은밤 사방은 조용한데 어디선가 구슬픈 비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웬 중년부인이 배에 앉아 비파를 타고 있었다.내력을들어본즉 본디 미모의 기생으로 장안(長安)에서 이름을 날렸건만나이가 들어 늙자 타향을 전전하다 시골 어느 상인의 아내가 되었다고 했다.그러면서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와 현재의 몰락(沒落)한 처지를 비교하면서 깊은 회한(悔恨)에 젖었다.
백낙천은 놀랐다.어쩌면 자신의 처지와 그렇게도 닮았단 말인가.그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윤락인(淪落人)이 아니겠소?』 유명한 「비파행(琵琶行)」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처럼 淪落의 본디 뜻은 「빠지고 떨어지다」,즉 몰락과 같은뜻이었다.물론 처량한 신세로 전락(轉落)해 타향을 전전하는 것도 淪落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淪落이라고 하면 「돈을 받고 몸을 파는」행위를 뜻한다.그렇다면 의미의 돌연변이(突然變異)일까? 몸을 파는 행위야말로 인륜 타락의 극단이 아닌가.그것은 정신적.육체적 몰락이다. 공무원 부인을 포함한 중산층의 아녀자들이 淪落행위를 했다하여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인륜의 타락은 끝이 없는가.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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