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상당 규모 세금 투입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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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전례없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 나와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면서 “미국 경제는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한 규모(significant amount)의 세금을 투입해야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를 취함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C 방송은 1980년대 말 정리신탁공사(RTC)와 비슷한 부실채권 정리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정부가 금융회사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조성할 것으로 관측했다. 여기에 투입될 기금의 규모가 5000억~8000억달러(약 9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또 내년까지 머니마켓펀드(MMF)의 원금을 보장해주기로 하고, 이를 위해 50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안정기금(ESF)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MMF는 예금만큼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일부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18일 하루새 892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펀드런(대규모 환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감독위원회는 19일 799개 금융종목의 공매도(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는 거래)도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급등세로 출발했다. 18일 국내 금융시장의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63.3포인트(4.5%) 오른 1455.78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2원 내린 1139원에 마쳤다.

최현철 기자

◆정리신탁공사(RTC)=미국 정부가 1989년 미국 저축대부조합(S&L)의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조직. 1995년까지 747개 금융회사로 부터 4000억 달러 어치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재건신탁공사나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때 자산관리공사(캠코)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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