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산업은행 ‘리먼 인수 시도’ 맹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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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산업은행이 최근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 했던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맹공을 퍼부었다. 다시 야당으로 돌아간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9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산은이 리먼을 인수하려 했다는 건 참 어이없는 발상”이라며 “최근 국제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나온 것에 대해 당 정책위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문제 뒤에 흑막이 있으면 파헤쳐야 한다”며 “반드시 우리가 먼저 자체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단호히 처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산은의 리먼 인수는 외화 유출이고, 산은의 민영화를 위해 산은 보유 기업들을 해외에 매각하는 건 외화 유입이다. 이 두 가지 정책이 다 쓰이면 시장은 혼선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유성 은행장이 리먼을 인수하려 했던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그가 리먼의 스톡옵션까지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민 은행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데는 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날 임 의장은 국회 정무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희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야당이 쟁점화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파헤치자”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당의 이런 기류와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 “리먼 같은 세계적인 은행이 산은에 주식 인수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한 만큼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산은의 위상을 높인 점도 있다”며 “가치 있는 미국 은행을 싼값에 인수할 수 있다면 (인수)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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