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시소를 타고싶어? ‘두려움’을 벗어던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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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소

티모 파르벨라 글, 비르피 탈비티에 그림
김중철 옮김, 웅진주니어, 91쪽, 8000원, 초등 저학년

 시소는 절대 혼자서 탈 수 없다. 꼭 ‘나와 비슷한’ 친구가 있어야 가능하다. 시소를 탈 친구를 만나러 가는 행복한 여행. 이제 시작해볼까.

새끼 곰 피이는 시소 한쪽 끝에 앉아 함께 시소를 탈 누군가를 기다린다. 온종일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피이는 수첩에 느낀 점을 적는다. ‘상대방이 없으면 시소를 못 탄다.’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가문비나무가 옆으로 쓰러졌다. 그 충격에 피이는 하늘로 날아가게 된다. 다행이 초승달을 붙잡았다. “달님아, 나랑 시소 탈래?” 그러나 달은 “나는 해하고만 탈 수 있어, 해가 올라오면 나는 내려가거든”이라고 말한다.

땅으로 내려온 피이는 숲속에서 모닥불을 피우다 ‘멍청한 곰’을 만난다. 그 곰은 숲에서 모닥불을 피우면 안 된다고 화를 내며 피이를 쫓아낸다. 자신이 정한 규칙이라며. 피이는 수첩에 ‘상대방이 정말로 멍청하다면 시소를 탈 수 없다’고 적는다. 하늘에 구름이 끼더니 이내 소나기가 내렸다. 비에 흠뻑 젖은 피아는 ‘난 다시는 시소를 타지 못할꺼야’라고 슬퍼한다. 비가 그쳤다. 그런데 누군가 뒤에서 쫓아온다. 앗! 넌 아까 그 ‘멍청한 곰’? 그 곰은 피이가 자신에 대해 수첩에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 뒤쫓아 온 것이다. 이야기 막바지, 이 둘은 즐겁게 시소를 타게 된다. 결국엔 곰털옷을 벗어던지게 되는데….

피이는 달, 가문비나무 등 여행 중 만난 여섯 친구들을 통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시소를 타지 못한다’ ‘시소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있다’ ‘누군가를 즐겁게 하면 나도 즐겁다’ ‘더 어린 누군가와도 시소를 타야 한다’는 등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2006년 핀란드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은 아이들이 또래와 어울려 놀 때 느끼는 감정을 압축해놨다.

본문 중 나오는 곰털옷은 아이들이 친구와 사귈 때 가지게 되는 막연한 두려움을 나타낸다. 작가는 시소를 타고 싶어하는 피이를 통해 ‘곰털옷=두려움’을 벗고 먼저 친구에게 손을 내미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편하게 접할 수 있게 파스텔과 수채 물감을 이용해 부드러운 터치의 그림을 선보였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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