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땐 역시 금 … 온스당 하루 70달러 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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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폭등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증시를 떠난 돈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린 때문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70달러(9%)나 뛴 850.50달러에 마감됐다. 하루에 70달러가 오른 것은 거래 기록이 남아 있는 1980년 이후 최고다. 12월 인도분도 11% 뛰어 11.68달러가 됐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귀금속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금값은 가격 등락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날은 한꺼번에 자금이 몰린 데다 경제 위기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가수요도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증시가 혼돈에 빠졌던 2001년 9·11 테러 당일에도 NYMEX의 금 선물 값은 7% 상승했다.

국내 금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금 도매가는 18일 3.75g(1돈쭝)당 13만1670원으로 일주일 전(11만800원)보다 19% 올랐다.

국제 금값은 대체로 경기가 좋을 것 같으면 떨어지고, 나빠질 것 같으면 올랐다. 지난해 9월 온스당 750달러 선을 맴돌던 금 선물 값은 미국 경제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올 3월 17일 1033.9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어 미국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세금 환급 등에 나서자 5월 초 860달러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유 가격도 들썩였다. 서부텍사스유(WTI)는 17일 하루 전보다 배럴당 5.75달러 오른 97.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이틀간 10달러 가까이 급락한 데 따른 반등 요인이 있었던 데다, 미국 원유 재고가 줄었다는 소식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상승 요인이 됐다. 미국 정부는 이달 12일 기준으로 정유사와 수입사의 원유 재고분이 2억9200만 배럴로 전주보다 630만 배럴 줄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날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유가는 단기적으론 오르내림이 있겠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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