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投信社의 프로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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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 12월부터 허용되는 외국수익증권의 국내판매를 두고 증권회사(증권사)와 기존 투자신탁회사(투신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증권사의 입장은 이렇다.투신사가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신탁계약에 따라 발행된 국내수익증권에 국한되기 때문에 외국수익증권은 당연히 제외된다.더구나 외국의 회사형 뮤추얼펀드의 수익증권은 주식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그 위탁매매는 증권사 의 고유업무라는 이야기다.이에 대해 투신사는 외국수익증권이 주식형태라할지라도 성격상 국내수익증권과 다를 바 없으므로 판매하지 못할게 없다는 것이다.
증권투자신탁업법 제37조는 투신사의 겸영(兼營)을 분명히 금지하고 있어 재경원의 유권해석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투신사에발목이 잡혀 있는 재경원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투신사의 팔을 들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당분간 주식형수익증권만 모집할 수 있게 하는 등 신설투신사에 대한 온갖 제약을 감안하면 투신사의 판정승을 점치기가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판정이 어떻게 나든 투신사가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곧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이다.투자신탁은 말 그대로 투자를 맡기는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다른 사람들은 주식에 대해 잘몰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어쩌면 증권사의 「뺑뺑이」에 신물난 투자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곳일 수도 있다.따라서 투자자가투신사에 바라는 것은 어느 신설투신사 사장의 『25% 수익률 자신있다』는 식의 책임질 수 없는 과장이 아니라 진정한 「프로」에 대한 기대감일 것이다.
『A펀드는 지난 10년간(아니 5년이라도 좋다) 수익률이 종합주가지수를 이만큼 능가했다』든지 『B펀드를 지난 5년간 관리한 펀드매니저 아무개는 우리가 자랑하는 사람이다』 또는 『펀드별 성격과 위험이 이렇게 다르니 당신의 위험선호를 고려해 볼 때 C펀드가 가장 적합하겠다』 등의 전문가다움에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것이다.
외국수익증권을 이미 있는 지점망을 이용해 판매한다면 투신사의영업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은 사실이다.또 아직 일천한 해외투자를 감안할 때 외국수익증권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것도 생각해 볼수는 있다.그러나 담배가게에서 양담배를 팔고 가전사가 외국산냉장고를 수입판매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른 투신사가 운용하는 수익증권을 대신 판다는 데 대해 전문가로서의 자존심도 없는지 묻고 싶다.증권사야 어차피 브로커니까아무 것이나 돈 되는 것이면 가리지 않고 팔 수 있다.그러나 투신사는 펀드의 성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프로 정신이 아쉽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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