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안가고 '미국식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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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08년까지 인천 송도에 상륙할 외국학교의 청사진이 나왔다.

송도신도시의 외국학교 설립 관련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하버드 자문위원회는 29일 정원 2000명 수준의 사립학교를 세우겠다는 안을 내놨다. 미국 동부지역의 명문 사립고교들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미국 동부지역 명문 사립학교를 모델로 해 초.중.고교 과정이 통합된 학교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학교에선 내.외국인이 함께 배울 수 있다. 연간 등록금은 2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서울지역 공립고교 수업료(127만여원)의 15배가 넘는 셈이다.

◇외국학교 운영=참여 대상 명문 사립학교 중 그로튼 스쿨은 미국 기숙학교 가운데 재학생의 SAT(미국의 수능시험)성적을 기준으로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이 학교 졸업생 중 17.9%가 하버드.프린스턴.예일대에 진학했다.

외국학교는 전체 학생 중 내국인을 40%가량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국내 외국인학교나 아시아지역 외국인학교의 평균 수업료 수준이다. 현재 국내 외국인 학교의 평균 등록금은 2000만원 안팎이다.

◇어떻게 가르치나=교사 대 학생의 비율은 1대 10 수준이다. 미국 명문 사립보다는 다소 많다. 하지만 한국의 일반계 고교(1대 16.가르치지 않는 교사까지 포함)보다는 학습 여건이 좋은 편이다.

수업은 영어로 하며, 학과목도 영어.인문사회.수학.과학 위주다. 교사들의 일부는 미국 현직 사립고 교사들이다. 미국 사립고 교사가 돌아가며 한국에 와 가르친다. 한국 교사도 채용할 예정이다. 재학생들은 미국 자매학교에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갈 수도 있다.

이 학교는 교육인적자원부와 미국 국무부의 인증을 받은 곳이기 때문에 졸업생들은 국내에서 학력을 인정받는다. 물론 외국의 대학으로도 진학할 수 있다. 기존의 국내 외국인 학교를 졸업하면 졸업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남은 문제=전교조와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입법예고 중인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 특별법'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상당수 외국인 학교처럼 내국인 위주로 변칙 운영될 것이라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국내 학생들이 값비싼 돈을 내고 다니는 '귀족 학교'는 설립해서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등 일부에서만 외국 교육기관에 문을 열 뿐이므로 공교육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법안을 6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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