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클라커즈-흑인 청소년 문제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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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동차 절도를 일삼는 흑인 청소년을 그린 『뉴저지 드라이브』(CIC)의 제작을 맡아 흑인감독 닉 고메즈의 데뷔를 도왔던 스파이크 리 감독이 성이 차지 않았던지 직접 메가폰을 잡고 마약 딜러가 된 흑인 청소년을 조명한 것이 『클라커 즈(Clockers)』(CIC)다.자신이 속한 인종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파이크 리의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그만큼흑인 문제가 심각하고 사명감을 갖고 한 우물을 파는 자세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스파이크 리 를 「흑인 우디 앨런」으로 부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19세의 흑인 청년 스트라이크(마이크 파이퍼)는 동네 갱 두목 로드니(딜로이 론도)의 지시를 받는 거리의 마약 딜러.대럴이라는 청년을 죽이라는 암시를 받고 가던중 술취한 형 빅터를 만나 살인계획을 털어놓는다.대럴의 시체를 조사하며 농담을 일삼던 백인 경찰(하비 카이텔.존 터투로)은 순순히 자백한 빅터 대신 스트라이크를 진범으로 지목하고 집요하게 접근한다.
위장병으로 피를 토하는 스트라이크의 유일한 낙은 모형기차 수집.어머니에게마저 외면당한 이 범죄세계의 청년은 이웃집 어린 소년 타이론에게 부정(父情)을 기울이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그러나 그가 딛고 있는 범죄세계의 업보 때문 에 어린 소년은 살인자가 되고,스트라이크는 두목에게 쫓겨 타도시로 떠나지않을 수 없게 된다.자신의 모형기차를 부수고 떠나는 청년의 모습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진다.공원 벤치에 앉아 마약을 사갈 젊은이들을 기다리는 스트라이크 일당은 『사는게 부정적인데 어떻게긍정적으로 사느냐』며 한탄한다.스트라이크 때문에 타이론이 살인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된 흑인 경찰은 스트라이크를 패며 『너희가 왜 짓밟히는지 아느냐』고 절규한다.남자 아이는 20세까지 총이나 마약으로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여자 아이는 임신하지 않고 고등학교를 마치는 것이 흑인 부모의 소망이란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주는 영화다.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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