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연주하는 인형 수집-장혜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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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뭔가를 모은다는건 추억만들기의 가장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 이화여대 장혜원(張惠園.57.피아노과)교수의 거실 장식장은지난 6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원에 유학하던 처녀시절부터 이제껏 모아온 악기 모형과 악기를 연주하는 자그마한 인형으로 빼곡하다.가장 큰 것이 손바닥 정도고 손가락 한두 마디 만한게대부분.『백설공주』에 나오는 일곱난쟁이가 연주하는 모습,날개달린 천사들의 오케스트라,프랑크푸르트 골목에서 처음으로 구입한 바이올린을 켜는 도토리 인형,피아노.기타.하프.트럼본.만돌린.
바이올린 모형등 하나같이 앙증맞기 그 지없다.국적은 독일.프랑스.포르투갈.이탈리아등 주로 유럽지역.재질은 크리스털.나무.주석.세라믹.플라스틱등 다양하다.그러나 전체적인 양은 2백개 정도로 많지 않은 편.
『몇개가 있다는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하나 하나에지난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야죠.한세트처럼 보이는 것도 꽤 있지만 다 따로 따로 모은거예요.』 마음에 든다고 많이 사지않고 그야말로 친구 사귀듯 신중하고도 천천히 모았다는 것.그러다보니 애정의 깊이도 더하다며 웃는다.이중에서도 특히 애착가는 소품은 도토리 인형과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인형,일곱난쟁이등세가지. 『한번은 라인강가 뒷골목을 터덜터덜 걷고 있었어요.그런데 한쪽 구석에서 손이 솥뚜껑만한 늙은 아저씨가 도토리로 작은 인형을 만들고 있는게 눈에 띄었어요.짜릿한 기쁨으로 구경하다가 사고 말았죠.바로 악기모형과 인형을 모으기 시작한 계기가됐어요.』 악기모형과 인형을 모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심심찮게선물도 받았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던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는 독일인 남자후배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인형을 주더군요.둘이서 친하게 지내기는 했는데 알고보니 절 사랑했었나봐요.』 張교수는 『젊은시절 악기모형과 인형을 완상(玩賞)하는 것이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면,이제는 대부분 천사모습을 띤 이들소품에서 음악하는 사람은 언제나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무언의 교훈을 듣고 있다』고 했 다.
*수집 요령 1.다른 지역보다 유럽 쪽이 풍부하다.
2.백화점이나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고 작은 마을이나 도시의 뒷골목 가게 또는 벼룩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3.세트로 된 것도 한꺼번에 사지말고 한두개씩 사모아 세트가되도록 해야 취미로서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4.악기나 인형의 재질과 모형은 다양할수록 좋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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