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전화요금 정말 적자냐-전화료 조정 백지화 관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 11일 신한국당과 정보통신부는 정통부가 사흘전 발표한 신도시 통화료 인상을 포함한 전화요금 조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합의,정통부의 전화요금 조정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한마디로 이번 전화요금 조정안은 이익이 많이 발생하 고 있는 국제.시외등 장거리 요금을 내리고 생산원가에 못미치는 시내통화요금은 올리겠다는 것이었다.여기에 시내요금이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등 「인접지역」요금도 시외요금 적용으로 돌려놓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었다.결국 이 안은 수 도권 신도시주민을 비롯,정치권등의 엄청난 반발에 부닥쳐 발표 3일만에 백지화되고 말았다.그렇다면 정통부는 왜 가입자들의 전체 전화요금 부담이 더줄어드는 이같은 요금조정안을 내놓고서도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는가,그리고 정통부 주장대로 시내전화요금은 과연 원가에도못미치는 수준인가,또 국내 전화요금체계는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어떤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인지 알아본다.
[편집자註] 전화요금이 도마위에 올랐다.전화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커져가지만 그동안 요금에 대한 깊은 논의는 없었다.전화요금은 ▶요금계산의 기본요소인 원가문제▶기본요금.설비비 폐지여부 또는 시내.외 전화 단일화등을 다루는 구조문제▶정책적으로 어느 정도로 요금을 정할 것인가 하는 수준등 세가지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전문가들은 그러나 무엇보다 전화요금은 원가측면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화서비스의 원가계산 방법은 원가자료를 이용하는 목적에 따라여러 종류가 있지만 특히 논란이 된 것이 시내전화요금의 적자 여부. 한국통신은 94년 이 회사 재무본부가 조사한 자료에서 시내전화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최근의 수지분석표에는 요금이 원가의 78%에 머물렀다.계산방법이 다른 탓이다. 이 때문에 경쟁업체들은 한국통신측 원가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우선 전화국에서 시내.시외.국제전화간에 인력.자산등의 비용배분이 안되고 있다.광고등 영업비용도 딱부러지게 시내.외 전화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한국통신이 주장 하는 원가보상률에 10%의 투자보수율이 포함된 것도 문제다.원가보상률90%면 이미 손해는 아니라는 것이 경쟁사의 주장이다.
설비비도 고려돼야 한다.가입자로부터 이자없이 4조여원을 「빌려」쓰면서 이 돈으로 만들어놓은 통신설비의 원가마저 요금에 포함시키거나 경쟁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경영 비효율성도 무시할 수 없다.지난해 시외.국제전화로부터 보전받고 나서도 시내전화의 원가보상률이 96.8%였는데 이는 정통부가 내부 비효율성 요인으로 3.2%를잡았기 때문.여기에 과다설비로 인한 유휴시설 비 용은 별도다.
경쟁업체들은 한국통신 시내전화원가를 「블랙박스」라고 비꼰다.
한국통신 원가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는 ▶시내전화부문에서 7천7백억원▶114안내 2천7백억원▶공중전화 4천5백억원등복지통신을 위해 총1조5천억원 정도 적자를 봤다.이 적자는 시외.국제전화부문 초과수익으로 메워졌다.
한국통신은 이같은 내부보조를 「접속료」라 하는데 시외.국제.
이동전화 사용자들이 통화할 때 불가피하게 한국통신의 시내전화망을 거쳐야 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이다.
데이콤등 접속료를 지불하는 업체들은 원가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안된 상태에서 「시내전화는 적자」임을 전제로한 정통부.한국통신의 접속료 산정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
또 전문가들은 국민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시내전화요금 인상도 문제라고 말한다.
이민호=뉴미디어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