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60.낙태는 필요惡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낙태는 필요악인가.』 성폭행 당해 임신한 여중 3년생이 그사실을 숨겨오던중 교실에서 진통하다 출산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본지 7월6일자 22,23면).
또 지난 8일(본지 22면)에는 11세짜리 소녀를 동네 회사원.대학생,심지어 중학생이 모두 23차례나 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져 인면수심의 사회에 대해 우리 모두 부끄러워해야만 했다.
이같은 성폭행의 경우 여성의 정신적 피해가 1차적으로 문제되겠지만 원치않는 임신으로 육체적.정신적,나아가 사회적으로 피폐(疲弊)해진다는 사실이다.이런 경우 낙태를 찬성해야할 것인가,아니면 반대해야할 것인가.
이번 논제는 바로 이같은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기는 하지만 비단 이런 경우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우리 사회에서 1년에 3만건으로 추정될 정도로 일상화된 낙태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낙태가 이처럼 일상화된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도 이에 대한나름의 논리를 갖고 확고한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낙태의 찬반(贊反)을 놓고 여성학.의료윤리학에서는 많은 논의를 해왔다.이에 대한 견해는 태아란 맹장과 같은 것이어서 태어나기 전이면 언제라도 제거될 수 있다는 극단론에서부터 모체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어떤 경우에도 보호 돼야 한다는다른 극단론까지 다양하다.
낙태에 가장 반대하는 견해는 주로 기독교 전통의 신학자,그중에서도 특히 가톨릭에 의해 주장돼 왔다.낙태는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없애는 행위고 하느님의 계명을 범하는 죄이기 때문에 모체의 건강을 심하게 해칠 경우를 제외하고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런 견해는 「태아의 생명권」에 보다많은 비중을 둔다.
이와는 반대로 낙태를 지지하는 사람들중에는 신생아와 태아를 의학적으로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다.태아와 신생아 사이의 기준으로 출생.체외생존능력.태동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의학적 기준이 도덕적으로 의미있는 구분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그런만큼 낙태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입장과 다른 각도에서 낙태를 찬성하는 경우도 있다.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이 원하지 않거나 아이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낙태를 결정하는 것은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윤리적으로 덜 나쁜 것을 택하는 것이라 주장한 다.
이 논제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은 여아낙태,미혼임신 및 피임실패로 인한 낙태등 불가피하지 않은 낙태를 예로 들어 반대하거나,성폭력에 의한 임신이나 기형아 낙태등 불가피한 낙태를 예로들어 찬성하는등 극단적인 예를 선택함으로써 자신 의 논변을 스스로 한계짓는 일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자신의 논변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김창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