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종가 기 살린 차세대 원더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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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축구천재가 명장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 테오 월콧(19·아스널)이 11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럽예선 6조 크로아티아전에서 해트트릭을 세우며 4-1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만큼은 웨인 루니(맨유)도, 프랭크 램퍼드(첼시)도 조연에 불과했다. 전반 26분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월콧은 후반 14분 결승골, 후반 36분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유로 2008 예선 탈락 등으로 침체에 빠졌던 잉글랜드 축구를 살린 월콧 돌풍은 신예의 잠재력을 믿은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의 결단력과 감독의 신뢰에 보답한 천재의 ‘합작품’이었다.

카펠로 감독은 지난달 20일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졸전(2-2 무승부)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카펠로 감독은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잉글랜드가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등장하던 데이비드 베컴(LA갤럭시)을 벤치로 빼고 대신 월콧을 기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영국 일간지 ‘타임스’는 크로아티아전 승리 후 “FA(잉글랜드축구협회)가 왜 카펠로에게 연봉 700만 파운드(약 136억원)를 주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고 극찬했다.

월콧은 마이클 오언(뉴캐슬)-웨인 루니를 잇는 ‘차세대 원더보이’다. 월콧은 아스널 2군에서 뛰던 2006년 5월 헝가리 평가전에 17세75일의 나이로 출전, 루니의 최연소 출전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그는 21세 이하 대표팀은커녕 프리미어리그 출전기록조차 없었다. 당시 스벤 예란 에릭손 전 잉글랜드 감독의 파격적인 월콧 발탁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에릭손 감독 뒤를 이은 스티브 매클라렌 감독으로부터 외면당했던 월콧은 올초 카펠로 감독이 부임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월콧은 “기회를 준 감독에게 감사한다. 크로아티아에게 어느 정도 복수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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