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풀린 性의식 굳게닫힌 性교육-학교교육 이게 바로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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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YMCA 성(性)상담실에 최근 부천 A여중의 한 교사로부터 거친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학생들의 성교육을 위해 YMCA의 성교육 추천도서인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를구입한 학교측에서 책 내용중 만화로 그려진 성교 장면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학생들에게 성충동을 일으킬 뿐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성교장면이 들어 있는 책을 추천했다는 게 항의 이유였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여중생 학교 출산 사건」이일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학교 성교육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학생들의 성의식과 관심은 갈수록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학교.교사의 성교육 관점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도덕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YMCA 이명화(李明花)상담실장은 『학생들은 성관계와 성욕구.자위행위 등 직접적인 성지식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학교에서는 「성관계로 인한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도덕적인 교육을 함으로써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각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전담교사나 독립된 시간이 확보돼 있지 않다.체육.생물.가정.양호교사 등 관련교과 교사가 해당 교과시간에 개별적으로 교육을 하는 실정이나 이것만으로는 10대들의 성충동.성심리.성문화 대처능력을 구체적 으로 지도하는 통합적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
성교육 교재나 비디오 자료가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사는 요즘학생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진부한 내용인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할 문제다.
학교 성교육 방법 개선을 위한 성교육교사회 회원인 서울 한세공고 정연희(鄭連姬)교사는 『고교 남학생의 80%이상이 포르노등 자극적 매체를 접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성적 호기심이 강한요즘 학생들에게 80년대 중반의 낡은 성교육 교재로 교육을 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할 뿐더러 교육의 의미도 상실되므로 사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성교육 커리큘럼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鄭교사는 이와함께 『관련 교과시간이나 담임시간을 이용해 성교육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성교육 연수를 받은 교사를 전담교사로 활용하는 한편 학기당 4~5시간의 성교육 특별시간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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