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사실상 가입 배경과 향후 절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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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이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의 최대 관문이었던자본이동 및 국제투자위원회(CMIT.CIME)를 「재시험」없이통과함으로써 사실상 연내 가입이 확정됐다.
연내 가입이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 길이라면 이제 대관령을 넘어선 셈이다.
그러나 「대관령」을 넘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는 않았다.우리 정부는 당초 7월초 자본이동및 국제투자위원회 이후 바로 이사회가열려 한국 가입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던 절차는 막바지에 와서 제동이 걸렸다.한국이 ▶은행.증권등 금융산업 개방▶주식.채권등 자본시장 개방▶상업차관 허용등 세가지 핵심 요구사항 가운데 금융산업및 주식시장 개방의 일정만 밝히고 나머지는 애매한 원칙 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불만이 미국등 일부 회원국들 사이에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이에따라 자본이동및 국제투자위원회가 2차로 끝나지 않고3차 심사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협상 막바지에 우리 정부 관계자가 『OECD에 가입하더라도 개발도상국 지위는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자심사 절차가 끝났던 환경위와 무역위에서도 한국의 개도국 지위 유지를 문제삼고 나왔다.
급기야 6월말 OECD 사무국은 휴가 기간을 이유로 한국의 가입을 결정할 이사회 개최 일자를 9월로 미룬다는 통보를 해왔다. 상황이 불리하게 변하자 정부는 자본이동및 국제투자위가 열리기 직전 사회간접자본(SOC)시설에 대한 민자유치 사업에 한해 현금차관을 허용하는 부분적인 양보 조치를 발표했다.
이와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무리한 개방요구를 계속해 올 경우연내 가입을 재검토하겠다」는 배수진을 치면서 OECD 회원국에대한 개별 설득작업에 나섰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개도국 지위유지」문제는 우리 주장대로어물쩡 넘길 수 있었고 현금차관 허용등의 성의표시로 저쪽의 체면도 어느 정도 세워주는 선에서 타협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체코와 헝가리가 가입한 마당에 한국에 재시험을 요구한다는 것은 OECD측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것이었다.
이번 회의 결과는 우리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사실 체코나 헝가리는 주변 국가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식 시험을 봐 자력으로 통과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OECD 내에서의 활동에서도 그만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큰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도 몇가지 절차는 남아있다.
우선 OECD의 자본이동및 국제투자위를 비롯,11개 위원회는한국에 대한 최종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에 제출하게 된다.
특히 자본이동및 국제투자위는 이번 2차 심사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에 대한 추가 질문이나 계획의 수정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절차는 대략 8월말까지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
11개 위원회의 최종 심사보고서가 이사회에 제출되면 9월 초순께 이사회가 열려 한국의 가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사회가 한국 가입을 결정하면 정부와 OECD 사이에 회원가입 협정을 체결하게 되고 우리 국회에서 이에 대한 비준을 받아야 한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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