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내세울것 없는 한국관광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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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일 저녁 도쿄(東京)중심가의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는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는 「한국여행촉진 간담회」가 열렸다.김태연(金泰淵)관광공사 사장은 물론 김태지(金太智)주일대사도 이 자리에나와 일본의 주요 여행사 대표들을 상대로 진땀을 흘리며 세일즈활동을 폈다.
「진땀을 흘렸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보여줄 관광상품도 풍성하지 못한 터에 비싸고 불친절한 한국 사정을 빤히 꿰고 있는 일본인 전문가들을 설득하자니 자연 하소연조가 됐기 때문이다.초청받은 일본측 21개 여행사의 불평은 한결같았다.
『남대문과 국립박물관.민속촌.경주 불국사를 둘러보면 더 갈 곳이 없다.두번 세번 한국을 찾도록 만들어달라.』 『지난해까지는 홋카이도(北海道)여행이 한국보다 비싸게 먹혔지만 올들어 역전됐다.특히 호텔비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서울시내만이라도지하철.상점.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해달라.』 일본관광협회 나가오 마사카즈(長尾正和)이사장은 『우리는 일본의 호텔.여관을 상대로 한국인의 식사습관.예절을 자세히 교육해놓았다』며 『많이찾아달라』고 거꾸로 홍보활동을 펴기도 했다.한국인 관계자간에는『윤락행위 쌍벌죄가 시행되면서 일본인들의 한국행이 더욱 위축됐다』는 일본인 한국관광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걱정마저 나왔다.
이날 관광공사가 일본인들에게 개선대책으로 내놓은 서울 교통난해소,위생안전대책,공항서비스 개선등은 사실 공사만의 노력으로는턱없는 과제들이다.친절.언어소통등 일반시민이 나서야 할 몫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기생관광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느냐 못하느냐 하는심각한 기로에서 헤매는 한국관광의 현주소를 목격한 느낌이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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