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한국통신 '날렵한 공룡'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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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능률적인 경영체제와 열악한 경쟁력의 대명사로 곱잖은 눈길이쏠려온 간판급 공기업 한국통신이 「대변신을 위한 긴 여정(旅程)」에 나섰다.지금같은 경쟁력과 경영체제로는 물밀듯이 밀어닥칠세계적인 유수 통신업체들과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롭게 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국내업체들과도 맞붙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던 것이 한국통신의 사내외 분위기였다.
지난 3일 대전의 한국통신 인력개발본부 대강당에서 있은 「KT비전 2005 선포식」은 이같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경영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대전환의 신호탄인 셈이다.
경영혁신 구호로 『종업원의 전생애 종합복지 구현』『민간기업형그룹경영체제』『직접 위성방송.멀티미디어사업 추진』등이 천명됐다.공기업 사장으로서는 엄두도 못낼 경영전략들이 이준(李俊)사장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2005년 매출 30조원 기록,세계적인 종합정보통신그룹 도약이라는 메시지가 이제 한낱 구호에 그칠수 없다』는게 행사에 참석한 이 회사 관계자들의 각오였다.
특히 이날 「고객만족 실천강령」을 발표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 일이 아닐수 없다.「고객」이라는 관념조차 희미한 국영기업 체질을 유연한 사기업체질로 바꾼다는 의지가 담긴 구체적인 방향제시이기 때문이다.독점체제에 길들여졌던 한국통신이 고객들에게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이 움직임에 민간업계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몸놀림이 날렵한 공룡」을 상대로 하는 싸움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형태로 민영화 될는지가 우선 관심거리다.올해는 악몽같았던 지난해와 같은 노사분규없이 임금협상도 끝났고 정부도 공기업 민영화에 적극적인 자세로나오고 있어 이 회사가 설계한 「종합정보통신그 룹」으로의 변신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에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다.
이원호 정보통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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