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부담되는 '건보 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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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식 정책기획부 기자

"건강보험료가 40만원 넘게 나왔는데, 지난해 보험료를 이번에 낸다고 하니 황당합니다. 직장인은 정말로 봉일 수밖에 없나요."

최근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직장인이 올린 글이다. 이곳에서 '정산'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4월에만 165건의 불만이 쏟아진다. 이 달 월급 명세서를 본 직장인 500만명이 평균 15만원(절반은 회사 부담)의 보험료가 추가로 빠져 나간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지난해 월급 인상분이나 성과급 등을 보험료 과표로 잡지 않았다가 그 돈의 4.21%를 이 달 월급에서 한꺼번에 뗀 것이다. 연말에 세금을 정산하는 것과 비슷하다.

세금 정산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건보료 정산에는 왜 불만이 많을까. 이 제도는 2000년 7월 건강보험을 통합하면서 생겼다. 그 전에는 139개 직장 의료보험조합들이 알아서 보험료를 거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없었다.

그래서 건보료 정산은 아직 낯설다. 가뜩이나 자영업자들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고 여기는 직장인들에게 생각지도 않던 부담이 달가울 리 없다. 게다가 정산분이 부과될 때 보험료 과표를 전년도 것으로 바꾸면서 8~9% 정도 보험료가 뛴다. 이에 앞서 1월에는 정기적으로 보험료가 8% 가량 올라간다. 결국 몇달 사이에 보험료가 세번이나 오르는 것이다.

정기 보험료 인상이나 과표 조정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연말 정산은 곤란하다. 세금처럼 월급이 오를 것을 감안해 기업들이 조금씩 미리 떼게 하면 된다. 보험료를 미리 낸 사람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아니면 국민연금처럼 전전년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이럴 경우 월급 인상분은 2년 뒤 보험료에 반영돼 굳이 정산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연말 정산 추가 부담액이 얼마인지 공개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 제도를 손질할 생각이 없으면 직장인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대로 두면 이들의 불신만 키울 것이다.

신성식 정책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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