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政爭정치' 이젠 벗어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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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가 회기 30일을 허송한뒤 첫날 당연히 해야 할 원(院)구성을 마지막 날에야 간신히 마무리하고 폐회했다.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보면 고작 이를 위해 한달간이나사생결단으로 싸워야 했나하는 회의가 앞선다.이정 도라면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하면서 여야간 얼마든지 도출해 낼 수 있는 사안들이다. 국회가 이모양이 된데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권력게임때문이다.구체적으로 말한다면 3金정치의 폐해다.정치권이 내년 대선(大選)을 의식해 유리한 위치 만들기에만 정신을 쏟았지 국민생활과 나라가 어떻게 돼가는지,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를 외면했다. 사실 지난 총선에서 표출된 국민의 의사는 분명했다.전체의원의 절반 가량을 신인으로 뽑은건 정치권의 변화를 갈망했기때문이다.그러나 지난 한달간의 행태를 보면 정치권은 여전히 구각(舊殼)을 벗지 못했다.중진과 신인,여와 야를 불문하 고 한결같이 3金정치의 덫에 빠져 허우적거린 꼴이다.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정치권은 똑똑히 인식해야한다. 국회는 이번 파행을 교훈삼아 21세기를 내다보고 진정으로 거듭나야 한다.우선 의원 각자가 보다 더 자율성을 갖고 책임있게 국정에 임해주길 바란다.3金구조에 종속돼 돌격대.저지조로 동원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말아야 한다.대선을 앞두고3金정치의 폐해는 더하면 더했지 줄지 않을 것이다.때문에 의원각자가 뚜렷한 소신과 사명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권은 정치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기 바란다.민주시대의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관심사인 정쟁(政爭).권력게임에서 벗어나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고 국가의 나아갈길을 제시해 그 방향으로 국력을 모으는 일이 돼야 한 다.외국언론은 우리국회의 파행을 보고 「민주주의 파업」이라고 비꼬고 있다.우리경제의 어려움.노사제도 개혁.남북문제.지자제 개선 등국민대표기관인 국회가 당장 관심둬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칠후 다시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새로운 면 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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