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담배꽁초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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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휴,새댁네 아저씨 세탁물은 반갑지 않습니다.기계에 넣고 돌리면 콜라물이 돼요.』 처음 남편과 결혼해 세탁소에 갔더니 세탁소 주인은 뜻밖에도 이같은 귀띔을 하는게 아닌가.콜라물의 주범은 바로 담배꽁초였다.
남편은 담배를 피우고서 재떨이나 휴지통이 없으면 꽁초를 호주머니에 보관하는,다소 지저분한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세탁장에 벗어놓은 남편 옷 호주머니를 뒤져보면 전 호주머니의재떨이화로 주머니가 4개면 4곳,주머니가 6개면 6곳 모두에서꽁초와 담뱃가루가 만져지는 것이었다.
손톱 밑에 담뱃가루가 끼는 그 스멀스멀한 느낌에다 주머니를 뒤집어 가루를 털어낼 때면 동반되는 재채기.
나는 더는 못참겠다 싶어 날을 잡아 남편에게 강하게 항의했다.남편은 『내가 매일 3만원씩 벌금 안내고 돈 벌어오는데 감사할 줄 알아』하며 고칠 생각이 전혀 없음을 천명하는게 아닌가.
그러던 어느날 시댁에 가서 빨래를 하게 됐는데 세탁기 속에서물위로 담배꽁초가 빙빙 강강술래를 하는 걸 보고 「그럼,아버님께서도…」하는 생각에 내가 양보할 결심을 했다.
실상 속으로는 담배꽁초.휴지등을 길거리 아무 곳에나 휙휙 버리지 않는 남편이 존경스러운 마음도 있었기에 호주머니 한 곳에통폐합해 꽁초를 버리는 조건으로 타협을 이루었다.
며칠전 위태위태 걷는 두살배기 아들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산책을 했다.녀석이 저만큼 걸어가서는 양손에 무얼 주워들고는 내손에 건네주는 것이 있었다.그게 담배꽁초였다.
아,담배꽁초는 재활용 좀 안될까.
이근옥 서울노원구상계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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