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성난 불심 달래기 직접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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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9일 성난 불심 달래기에 직접 나섰다. 관심을 모았던 유감 표명 수위는 “종교 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부 공직자들의 언행으로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교계가 요구해온 ‘대통령의 사과’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회의라는 공식적인 석상에서 유감을 표시한 것도 불교계에 대한 배려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3개월 가까이 끌어온 정부와 불교계의 충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가 관심이다.

지난 6월 국토해양부의 지리 정보 사이트 ‘알고가’의 사찰 정보 누락(6월 20일), 어청수 경찰청장의 기독교 집회 포스터 등장(6월 24일)으로 부글대기 시작한 불교계의 불만은 7월 말 경찰의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차량 검문을 거치며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공개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은 쇠고기 파문 때 있었던 두 차례의 대국민 사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본인이 직접 나선 건 대통령의 육성을 통한 공개적인 유감 표시 없이는 불교계의 불만을 가라앉힐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도 처리됐다.

하지만 불교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어청수 청장 경질이나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 해제 등은 짙은 정치적 색채 때문에 청와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불교계의 요구 중 그나마 수용할 만한 것이 ‘이 대통령의 공개사과’였고, 이 대통령은 ‘심히 유감’이란 표현으로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다는 시기적 특수성도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더욱 재촉했다. 추석 연휴를 국정 장악력 향상과 지지율 상승의 반전(反轉) 무대로 삼겠다는 게 그동안 청와대가 밝혀온 각오였다. 정권과 불교계의 불화가 한가위의 안방 화제로까지 이어질 경우 짊어져야 할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오늘 오전에도 (국무회의에서) 내가 불교 종교 편향에 대한 얘기는 확고하게 얘기했다. 앞으로 많이 시정될 걸로 보는데, 어제 청와대 불자회 회장인 사회수석이 조계종 종정 만났더니, (종정이) 그랬다더라. ‘국민 통합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국민 하나 되는 데 노력해달라’고 했다더라. 나는 그 얘기 듣고 좋은 얘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야당 “어 청장 경질 안 해 진정성 없다”=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말뿐인 사과는 종교 편향을 없애겠다는 실천적 의지가 결여된 것”이라며 “어 청장을 경질해 본보기로 삼으면 될 것을 왜 이렇게 꼬이게 만드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어 청장의 사퇴를 수용하지 않아 사과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서승욱·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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