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위험 안 알린’ 펀드 줄소송 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우리은행이 팔았던 파생상품 펀드에 가입했다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단체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은행이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다 광고물에 ‘고정금리’ 등의 표현을 써 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우리CS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우리은행·우리투자증권 등이 판 만기 6년의 ‘우리파워인컴’ 펀드다. 2005년 11월 만들어진 1호는 지금까지 원금의 43%를 까먹었고, 같은 해 12월 생긴 2호는 81%를 날렸다. 1, 2호를 합쳐 2500여 명이 1700억여원을 투자했다. 이 중 1400억원 이상이 우리은행에서 팔렸다.

이 펀드는 당시 신용등급이 높았던 미국·유럽·일본·호주 기업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해 만들어진 파생상품 펀드다. 운용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업종·신용등급이 비슷한 112개 종목을 위험·보험 두 그룹으로 나눠 풋 옵션을 사고 팔아 수익을 낸다. 위험 그룹은 주가가 오를수록, 보험 그룹은 떨어질수록 좋다. 가입자에게는 설정 당시의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1.2%포인트를 더 얹은 연 6.7%의 수익을 분기별로 나눠 지급한다. 6년간 원금의 40.2%를 수익으로 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문제는 위험 그룹의 기초자산 주가가 65% 이상 떨어지면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패니메이·프레디맥 같은 모기지 회사를 비롯한 미국 금융주가 줄줄이 고꾸라지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2500만원을 투자했던 회사원 이준석(32)씨는 9일 “상품 구조가 비전문가는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이런 펀드를 팔면서 투자 위험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를 모아 공동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은행이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퇴직자 등 안정적 수익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상품을 판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지만 설정 이후 계속 확정금리를 지급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판매 과정의 문제에 대해선 법적인 판단을 받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펀드 판매 문제가 소송으로 번지면서 그간 펀드를 팔아 거액의 판매 수수료를 챙긴 다른 은행·증권사도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품이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다른 펀드로 불똥이 옮겨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주영 변호사는 “가입자가 공식 투자설명서 외에 은행원이 준 광고선전물을 챙겨놓으면 나중에 분쟁이 생길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