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매연.호수 악취'고통의 도시'-시흥 시화지구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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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공단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뒤덮인 잿빛하늘.아파트 단지로들어서면「죽음의 호수」로 변해버린 시화호에서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찌른다.그래서 초여름 무더위속에서도 아파트 창문은 열릴줄 모른다. 숲그늘 드리운 시민공원조차 찾아보기 힘든 삭막한 아파트촌,출퇴근 시간대면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도로….서민의 발인버스는 40분~1시간씩 연착.결행하기 일쑤인데다 택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시흥.안산시와 화성군등 3개 시.군지역 앞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시화(始華)지구내 시화공단 배후도시의 풍경이다.주민입주 1년7개월째.그러나 아파트만 덜렁 들어서있을 뿐 백화점.병원등 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그래서 시민들의 불편과 짜 증은 심각한상태에 이르고있다.그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등을 알아본다. ◇시화공단.배후도시=한국수자원공사가 서울등 수도권지역 피혁.제지등 공해배출업소를 이전.입주시키기 위해 지난 86년 매립지 7백2만평에 1조5천7백74억원을 들여 착공했다.98년말완공예정.현재 77.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공 단은▶공업용지 4백26만평(57.5%)▶주거용지 1백43만평(19.2%)▶상업용지 17만평(2.2%)▶녹지 1백56만평(21.1%)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단지역에는 모두 2천1백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지난달말 현재 8백50개 업체가 입주해 가동중이다.
주거용지에는 3만5천가구 14만명을 수용하는 배후단지가 건설되며 현재 7천1백여가구 2만2천5백여명이 입주해 있다.
◇교통불편=27일 낮12시40분쯤 시흥시정왕동 시화지구의 중앙로격인 두산아파트앞 왕복 8차선도로의 버스정류장.
안산시 상록수역으로 가는 65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다 못해 화가 치민 주부 김옥자(金玉子.34)씨가 버스정류장옆 공중전화부스로 달려가 버스회사에 항의전화를 하고 있었다.65번 버스의 배차간격은 15분.그러나 50분씩 지연되자 항의전 화를 한 것이다.그러나 버스회사 관계자는 『체증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현재 시화지구를 경유하는 버스노선은 일반버스 8개와 마을버스2개등 모두 10개 노선.이중 시화신도시 주민들의 생활권인 안산시내를 오가는 노선은 9개며 나머지 1개노선은 시흥시를 오가고 있다.
그러나 안산시와 시화지구를 연결하는 도로가 극심한 체증을 빚는데다 일부 버스들이 신도시 일부 정류장에는 승객이 없다는 이유로 중간에서 불법 회차를 일삼는 바람에 승차난이 심화되고 있다. 또 출퇴근 시간대면 안산시 안산역과 공단을 연결하는 유일한 왕복 8차선 도로는 고질체증으로 주차장을 방불케할 정도.그래서 공단근로자와 주민들은 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른다.이밖에 시흥시에서 월곶을 거쳐 공단으로 연결되는 왕복 2차선 도로는 낮시간대에도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자 택시.승용차들이 우회도로인정체구간옆 농로로 몰려들고 있어 농민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매연피해=같은날 오후3시,두산아파트 단지안.후텁지근한 날씨인데도 창문을 열어놓은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아파트단지에서 남쪽으로 5백여쯤 떨어진 공단내 8백여 공해배출업소에서 내뿜는 매연과 시궁창이 돼버린 시화호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바람을 타고 날아들기 때문이다.
아파트부녀회 장효춘(張孝春.32.123동203호)회장은 『악취가 심해 청소할 때만 잠시 창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일부 주민들은 악취로 두통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이에따라두산아파트부녀회등 주민들은 지난 4월말 시흥시청 을 방문,대기오염 방지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하는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치안부재=주민과 공장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유동인구가 하루 1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나 치안을 담당할 경찰서는 물론 정식 파출소마저 없어 치안사각지대가 되고있다.공단에 입주한 8백여업체의 종업원 4만1천명과 배후도시 주민2만2천명등 총 6만3천명의 인구.그러나 이지역 치안을 맡고있는 경찰인력은 안산경찰서 군자파출소 공단파견소 경찰 5명뿐이다.경찰 1명당 1만3천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이에따라 지난 22일밤 정왕동사무소 인근 공터에서 주민 金모(25)씨가 술취한 10대 소년들에게 폭행당하고 돈지갑을 빼앗기는등 하루 3~4건 정도의 강력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또 공단지역에서도 현금도난등 절도사건이 끊이질 않고있다는게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또 시청은 시흥시에,경찰서와 교육청은 안산시에 각 각 분산돼 있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있다.공공시설은 정왕동사무소와 우체국등이 전부다.나머지 10개 공공시설(경찰서.시출장소.교육청.세무서.전신전화국)은 부지는 조성됐지만 착공여부가 불투명하다.
◇빈약한 상권=상업용지 17만평중 미분양용지가 40%에 이르고 있다.그래서 편의시설이라곤 아파트단지내 상가와 버스정류장 부근 소형식품점이 전부일 뿐이다.이때문에 주민들은 안산 등지로나가 시장을 보는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매주 한 차례 서울영등포 등지로 원정 쇼핑을 나서고 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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