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 꾸는 광역단체장들 시·도지사협의회장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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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강원지사는 10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참석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협의회장) 자격이다. 이 자리에선 ‘5+2 광역경제권’ 등 주요 국정을 논의한다. 이전 정부에선 없던 일이다.

7월 7일 열린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참석한 시도지사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태호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이완구 충남지사, 안상수 인천시장, 박광태 광주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범일 대구시장, 김태환 제주지사, 박성효 대전시장, 허남식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선 강원지사(협의회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우택 충북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중앙포토]


김진선 지사가 최근 협의회장 사의를 표했다. 그는 2006년 7월 협의회장에 1년 임기로 취임한 뒤 연임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조만간 회장 임기를 2년으로 바꾸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신임 협의회장을 선출한다.

1999년 1월 발족한 시·도지사협의회는 고건·이명박 서울시장이 차례로 회장을 맡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만 해도 협의회장은 전국 시·도지사를 대표한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었지만 큰 역할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협의회장 출신이다. 시·도지사를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했다. 협의회장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참석 외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도 정식 회원으로 참석하도록 했다. 시·도지사들과는 1년에 두 번 정례 회의를 하기로 했다.

협의회장은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런 회의에 대표성을 띠고 참석, 국정의 주요 분야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지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협의회장의 발언권과 언론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협의회장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협의회장에 관심을 갖는 시·도지사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지방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대권의 중간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도지사가 차기 협의회장 구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의원 경력, 단체장 경력, 연조와 경륜을 내세워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선 지사 이전 협의회장은 모두 서울시장 출신이며, 수도 시장으로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현재로선 출마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 측은 다른 시·도에서 추대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섣불리 회장 경선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그동안 서울시장이 해 오다 3선인 김진선 지사가 자연스럽게 추대됐다”며 “권역별로 돌아가면서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출장 중인 정우택 충북지사의 한 측근은 “현재 정 지사가 부회장을 맡고 있지만 다른 시·도지사의 지원이 있다면 검토해 볼 만한 일”이라면서도 “합의 추대 형식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문제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허숭 대변인은 “출마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출장 중인 이완구 지사는 “나를 제외하고 훌륭한 시·도지사가 많다”고 했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출마할 의사가 없다. 재선하신 연장자 그룹에서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대상자로 허남식 부산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박맹우 울산시장을 꼽았다.

◆합의 추대 가능성 커=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로 인한 갈등이 협의회장 선출에 작용할 전망이다. 16개 시·도지사 가운데 수도권은 서울·인천 시장과 경기지사 등 3명. 비수도권 13개 시·도지사들은 수도권 출신 시·도지사가 회장에 출마하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표 대결보다는 합의 추대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해 대립하고 있는 김문수 지사와 이완구 지사도 후보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협의회가 정치적 색채를 너무 띨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 추대가 되지 않으면 김진선 지사가 다시 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찬호 기자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99년 1월 발족했다. 지방자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및 시책을 연구하고, 시·도 간 공동 이익과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 또는 국회에 의견을 내고 있다. 협의회는 서울과 경기도, 회장을 둔 강원도가 연간 2억원, 나머지 시·도는 1억원을 출연해 서울에서 사무총장과 18명의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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