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법왕사 24일부터 노인들에게 매일무료 점심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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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가난한 분들에게 식사를 공양한다는 의미보다 쓸쓸한 노인들이마음껏 놀다 가시라는 뜻에서 마련한 것입니다.』 대구시수성구파동 법왕사(法王寺.주지 權實相)가 24일부터 매일 낮12시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요즘이야 밥이 귀한 세상은 아니니까 경로당이나 다른 무료 급식소에서도 점심이야 드실 수 있겠지요.하지만 우리 절처럼 자연이 빼어나고 공기가 맑은 곳은 시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동년배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낼만한 곳이 별로 없어 노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자는 것이 무료급식의 취지라는 것이 주지스님의 설명이다.
숲이 울창하고 개울이 흘러 여느 유원지 못지 않은 법왕사는 파동 송원맨션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2백~3백만 흙길을 따라 걸으면 되는 곳이어서 노인들에게 어려운 길도 아니다.
첫날과 둘쨋날은 행사 소식을 듣고 온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식사준비를 맡았다.
이들 대부분은 물론 불교신도.여기에 천주교 신자 한명도 손을보탰다. 천주교 신자인 주부 배명숙(裵明淑.38.수성수수성동)씨는 『길에 붙은 행사포스터를 보고 일손을 보태기 위해 찾아왔다』며 『혹시 거절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절에서 환영해줘 기쁘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을 시작한 24일 법왕사에는 그러나 뜻밖의 고민이 생겼다.소식을 들은 몇몇 식당에서 『고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해왔기 때문이다.『고기를 거절하자니 노인들이 서운해하실 것 같고,받아서 요리를 할 수도 없고….』 법왕사측은 고민끝 에 고기는 받되 경내를 벗어난 개울가에서 조리해 노인들에게 제공키로 방침을 정했다.
24,25일엔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비 때문인지 근처동네 노인 10여명만 찾아왔다.그러나 법왕사는 시간이 갈수록 찾아오는 노인이 많아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대구=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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