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감동 소설로 남길터'- 분단작가 이호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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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이산가족들의 3박4일간 평양방문에 남북적십자 교류전문위원 자격으로 동행했다 18일 오후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이호철(李浩哲.68)씨는 50년만의 혈육의 상봉을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감동이 가시지 않은 듯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이산가족 상봉 및 방북 소감에 대해 '획기적인 일'이라며 '북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을 연작이든 단편이든 반드시 소설로 작품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여동생 영덕(58)씨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누이동생에게 '고생했다, 잘자라줘서 고맙다'고 말한 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4시간 동안 나누며 부둥켜 안고 울었다'며 '상봉을 지켜본 사람들이 '오빠랑 얼굴이 닮았다'고 말해 잠시 웃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러나 '동생을 만나 마음이 개운해지긴 했지만 중풍으로 쓰러진 남동생을 비롯 두분 누님과 조카들을 보지못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방북기간 동안 북한에 대한 인상에 대해서는 '2년전 북에 갔을 때 보다 사람들 표정이 밝아진 것을 보고 이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우리측도 이런한 변화를 고려, 통일이라는 주제를 무겁게 다루기 보다는 '같은 민족끼리 한솥밥을 먹기위해 통일을 이루자'와 같은 좀더 피부에 와닿는 분위기로 접근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에서의 일정에 대해서는 '주로 남측 이산가족들을 따라다녔으며 북한측 문인을 만난 적은 없고 정부에서도 그와 관련한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이번 방북을 통해 느낀 이산가족 교류시 개선사항에 대해 '다행히 지원단 자격으로 방북에 동행할 수 있었지만 계속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이산가족이 다 만나려면 너무나도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깨닫고 허망함을 느꼈다'며 '보다 효율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산가족간 면회소 설치와 우편교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또 '방북단에 포함된 사람들이 주로 노인이거나 병자, 장애인도 끼어있고 유명인사는 거의 없는것을 보고 대상자 선정을 아주 잘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끝으로 고향인 원산 땅을 밟지 못한 아쉬움을 묻자 누이동생으로 부터 선물받은 백두산 영지술을 가리키면서 '북에 가서 여동생을 만난 것만도 다행인데 고향에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0. 08. 18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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