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계 사극 제작경쟁 갈수록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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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중국 TV계에 불고 있는 사극제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중앙TV(CCTV)가 제작한 『삼국연의(三國演義)』와 베이징TV의 『꼽추 유재상』이 대륙은 물론 대만.
홍콩.싱가포르등 한자문화권 국가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중앙은 물론 지방 방송사들까지도 사극물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당국은 최근 지난 한햇동안 CCTV를 비롯,지방 방송사들이 제작한 사극물이 무려 2천편을 넘는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각 방송사들에 역사물제작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표적인 드라마 제작사 화청(花城)그룹은 최근 2천만위안(2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수나라와 당나라 야사를 다룬 60부짜리 『수당연의(隋唐演義)』 제작에 나서는등 사극제작 열기는 여전하다.
심지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96국제TV주간 행사에서 외국방송사와 지방방송사들이 이제 막 제작에 들어간 2천1백년전역사물 『소무목양(蘇武牧羊)』을 사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임으로써 제작사를 곤혹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사극제작 열풍은 중국내 지방 TV는 물론 대만.홍콩에서도 마찬가지.대만의 주요 TV들은 황금시간대에 『당(唐)황제 이세민』『진시황』등 연속극을 방영하고 있고 홍콩의 스타TV는 최근 방영된 『측천무후』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자 후속타 준비에 혈안이 돼있다.여기에 중국내 지방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과거 자신들의 지방에서 이뤄진 역사물을 제작하는데 여념이 없다.송나라 도읍지였던 허난(河南)성은 1대 황제인 자오광인(趙匡胤)을,산시(山西)성은 양가장(楊家 將)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물을 방영하고 있고 이는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다.
중국내 TV사들이 현대물에 비해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사극물을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잘 만들기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
특히 현대물을 다룬 대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중국 문화보는 최근 『중국내 영화제작사 또는 프로덕션사가 무려 50만개에 달하지만 각본작가는 30명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통계수치를 공개,문화계를 아 연실색케 했다. 이와관련,중국내 문화계는 시청자들의 인기끌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실(史實)과 다른 내용들이 아무런 여과없이 방영됨으로써 자칫 역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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