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미살린 사선.원통형 점차 확산 아파트도 패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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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파트 건축에 패션화 바람이 불고 있다.
종래 판에 박은듯한 무미건조한 사각형의 성냥갑 모양에서 탈피,주변 도시미관과 조화를 이루는 사선형.원통형등 디자인을 강조하는 아파트가 속속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극동건설이 서울풍납동 천호대교 옆에 짓고있는 극동시티아파트는아파트 양쪽 외관을 사선형으로 꾸며 미관이 강조됐다.인근에 위치한 서울시문화재 토성(土城)으로 인한 건축규제 「토성에 면한부분을 27도 이하의 사선으로 처리해야 한다」 는 조항을 지키다 보니 생긴 형태기도 하지만 극동은 기왕 이렇게 된 마당에 건축규제와 상관없는 반대쪽 벽면도 사선으로 처리,독특한 조형미를 살렸다.
극동은 23~78평형 4백42가구가 들어서는 이 아파트를 「법대로」지을 경우 최소 5백가구가 가능하지만 강동의 패션아파트로 내세우기 위해 가구수를 줄였다고 밝혔다.이 아파트는 60억~70억원의 매출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디자인을 우 선적으로 고려한 대표적인 패션화의 사례로 꼽힌다.
주상복합아파트.빌라트등 대도시 고급아파트에서 불기 시작한 패션화 바람은 최근들어 주거전용의 중소형아파트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우건설이 서울당산동에서 선보일 원룸임대아파트는 미국.싱가포르.홍콩등에서 많이 시도하는 팔각형을 국내에 처음 도입함으로써 패션아파트의 길을 텄다.
25층짜리 팔각형건물 2개동에 14~20평형 5백36가구를 배치하는 이 아파트는 건축비를 더 들이지 않고서도 향에 치우친이제까지의 주거형태를 과감히 배제하고 미관을 강조할 수 있다는점에서 적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서울서초동에 지을 사원임대아파트에 대해 호텔건축에나 적용되는 첨탑타원형으로 외부를 꾸밀 계획이다.
디자인뿐 아니라 외벽마감재도 기존의 수성페인트가 아니라 타일.석재등 고급외장재로 처리해 조형미를 살리고 있다.
동부이촌동 복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미관을 놓고 서울시와 협의한 끝에 용적률을 당초계획 3백94%에서 1백%나 줄이고 외관도 세련미가 물씬 풍기는 계단형및 업무용빌딩 모습으로 꾸며 고급스런 분위기가 나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관계자는 『도시경관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파트의 패션화가 따라줘야 하지만 분양가가 제한된 상태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그러나 점점 까다로워질 경관심의뿐 아니라 주택업체들도 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아파트패션화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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