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대선] 양당 전당대회도 후보 피부색만큼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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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흑인이고 47세로 젊다. 반면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은 백인이며, 역대 대통령 후보 중 최고령(72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를 모두 돌아본 결과 두 대회는 두 사람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피부색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미네소타 세인트폴·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공화당 대회장은 백인 일색이었다. 흑인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공화당의 총 대의원은 2380명인데, 흑인은 겨우 36명이다. 40년 전부터 양당 대의원 분포를 조사해 온 정치경제공동연구회는 “공화당의 흑인 대의원 숫자는 올해가 최저”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NYT)와 CBS 방송의 조사에 따르면 백인 대의원은 전체의 93%다. 2000년의 89%보다도 높다.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 대의원 비율은 5%로 히스패닉 인구 비율(14.8%)에 훨씬 못 미친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상원위원회 등이 주최한 비공식 행사장에서도 흑인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대회엔 비교적 다양한 인종이 모였다. 1087명의 대의원 중 흑인은 24.5%나 됐다. 이 비율은 흑인 인구(12.4%)의 두 배에 가깝다. 오바마가 주요 정당 사상 첫 흑인 후보가 된 데다 흑인 대다수는 민주당 지지자이기 때문에 흑인 대의원이 많은 것이다. 민주당의 백인 대의원은 65%, 히스패닉 대의원은 11%였다. 민주당의 국민 대표성이 공화당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현재의 인구 변동 추이를 토대로 예측하면 2042년엔 백인이 전 인구의 50% 아래로 떨어져 소수인종이 된다고 한다. 공화당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백인 의존도를 줄이고, 인종적으로 다양한 당원과 지지층을 확보하지 않으면 갈수록 집권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이번 대선에선 백인 노동자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오바마의 적수였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지지한 여성층을 공략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전략이 이번엔 주효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의 저변을 넓히지 않으면 앞으로는 ‘백인 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와 매케인의 차이만큼 양당의 전당대회 참석자들의 성별·연령별 격차도 컸다. 민주당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비교적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남녀 비율이 엇비슷했고, 젊은층의 참여가 높았다. 민주당의 남녀 대의원 비율은 거의 반반이다. 반면 공화당 대회엔 백인 남성이 많았고, 장년·노년층이 젊은층보다 훨씬 많았다. 공화당 대의원 중 남성 비율(68%)은 2004년(57%)보다 크게 높아졌다. 매케인이 남성층에선 오바마에게 앞서나 여성층에선 뒤지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강한 열기가 느껴졌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민주당 당원의 충성도가 공화당보다 높고, 젊은층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기만으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공화당 지지자 중엔 투표장에 가서 소리 없이 표를 찍는 백인 장년·노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회에서 연설한 이들은 대부분 ‘변화’를 강조했다. “매케인의 대선 승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3기를 의미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바빴다. 공화당 대회에선 ‘경험’ ‘실질적 변화’란 말이 많이 나왔다. “경험 없는 오바마에게 정권을 맡기면 위험하다. 그건 실질적인 변화가 못 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세인트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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