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최후 변론 연기…소추위원-변호인단 법리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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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철 헌법재판소 소장(左)과 김영일 재판관이 27일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재판을 마지막으로 끝낼 예정이었던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 절차가 한 차례 연장됐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의 내.수사 자료 제출 여부를 놓고 소추위원 측과 盧대통령 변호인단이 법리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날 예정됐던 양측의 최후 변론은 30일 이뤄지게 됐다.

이날 공방은 검찰이 오전에 "측근 비리에 대한 자료를 헌재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비롯됐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헌재법상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기록은 제출하지 않도록 돼 있으며, 피의 사실 공표로 인해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소추위원 측에선 재판 시작 전부터 "검찰의 처사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소추위원 측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재판부가 "문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검찰의 회답이 왔다"고 말하자 소추위원 측은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김기춘 소추위원은 "당사자인 대통령이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주요 증인들도 증언 또는 출석을 거부하는 마당에 검찰 기록마저 제출되지 않는다면 심리 미진이 크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재판보다 피내사자의 명예와 피의 사실 공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재판부는 검찰에 기록의 제출을 다시 요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소추위원 측의 박준선 변호사도 "법원도 문서를 보내왔는데 검찰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미 양측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로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은 모두 이뤄졌다. 검찰의 자료 제출을 이유로 대통령의 권한 정지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용훈 변호사는 "오늘 변론을 종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휴정을 선언한 뒤 검찰의 자료 제출 여부를 놓고 논의했다.

한 시간 여에 걸친 토론을 마친 재판부는 오후 3시30분쯤 재판을 다시 열어 "소추위원 측이 보고 싶은 자료가 어떤 것인지를 특정해 28일 오전까지 제출하면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소추위원 측은 "검찰의 내사 기록에 어떤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특정해 달라는 것은 무리"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리도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해달라"고 일축했다. 소추위원 측은 재판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이날 재판은 끝났다.

재판을 마친 뒤 주심인 주선회 재판관은 "28일 중으로 재판관 간담회를 열어 소추위원 측이 요구하게 될 증거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예정된 양측의 최후 변론이 30일로 미뤄졌지만 헌재의 최종 결정 시기에는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 헌재가 마지막 재판과는 별도로 28일부터 재판관 평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하는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기 때문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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