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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 앤서니 퀸 자서전 "원 맨 탱고" 국내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선풍을 일으켰던 명배우 앤서니 퀸의 자서전『원 맨 탱고』(원제 One Man Tango)가 다음주번역돼 나와 국내에서도 또 한차례 화제를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앤서니 퀸이 전기작가 대니얼 페이스너와 함께 쓴 이 책은 출생에서 현재까지 자신의 영화인생을 솔직히 정리하고 있는데,특히 끊이지 않았던 여배우들과의 스캔들을 담담하게 털어놔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밝힌 자신의 여성 편력과 주변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생활은 『부럽다』에서부터 『양심이 없다』까지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킬만큼 충격적이고 복잡하다.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흥미 위주로 쓰여진 대중소설류와는 격이 다르다.비록 여성 편력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억을 되살려나가는 저자의시선이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얘기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그는 1915년 멕시코에서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멕시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줄곧 가난속에서 성장했다.캘리포니아로 건너와 12세때 아버지를 여읜 뒤론 생계를 위해 신문팔이.도살 장 조수.공사판 막노동등 닥치는대로 일했지만 어머니마저 재가해버리자 외톨이가 된다.
첫사랑은 19세때 찾아온다.세살 연하의 에비라는 소녀와 약혼까지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실비아와 사랑에 빠진다.결국 그는 자신의 어머니보다 두살이나 연상인 실비아와 결혼을 결심하고 실비아에게 이혼을 종용한다.이에 실비아가 이혼했지만 둘은 끝내 결혼하지 못한다.
어머니.딸과 동시에 연애하는 이 상황을 그는 세월이 한참 흐른뒤 잉그리드 버그먼과 그녀의 딸 피아 린드스트롬과 재연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우리 두사람은 관계를 갖게 됐고,그렇게 해서 어머니와 딸이 경쟁하게 되는 매우 복잡한 관계가 시작됐다.린드스트롬은 끊임없이 어머니에 관해 질문을 던졌지만-어머니도이렇게 했나요.그리고 이런 것은 어땠어요.-예의 .범절에 어긋나기 때문에 그런 질문에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때 그는 첫번째 아내인 캐서린 데밀과 결혼중이었고 두번째 아내가 된 욜란다는 둘째 아이를 임신중에 있었다.그는 당시를 『나의 여성관계는 나를 질식시키기 직전까지 왔었지만 나는 또다른 관계를 맺으려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밝 히고 있다.그는 이런 식으로 영화를 찍을 때마다 거의 매번 연상.연하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여자와 길고 짧은 관계를 맺어왔다.리타 헤이워드.캐럴 롬바드.도미니크 산다.페기 라이언.모린 오하라.마거린 레이턴.
에스텔 테일러등 전세계가 다 아는 수십개의 이름들이 그 명단을구성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여성을 전전하게 된 동기는 타고난 바람기도 있었지만 첫번째 아내 캐서린에 대한 증오심이 큰 작용을 했다.캐서린은 당시 일급 감독이던 세실 B 데밀 감독의 수양딸로 영화배우로 활동중이었고 할리우드 일급스타들과 폭넓은 친 분관계를 맺고 있었다.그러나 앤서니 퀸은 아직 무명에 가까운 상태여서 결혼식에 가족을 부르지 않을 만큼 캐서린의 환경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다.
이들의 결혼은 첫날밤부터 문제였다.그는 아내의 과거를 문제삼아 폭력을 휘둘렀다.그리고 보고서처럼 낱낱이 고백할 것을 강요했는데 이런 경향은 몇년간 계속됐다.그는 아내의 첫 남자가 당대 최고 스타 클라크 게이블이란 사실과 감독 빅터 플레밍도 그남자중의 한명이란 사실을 끔찍하게 생각했다.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세트장에서 게이블과 플레밍감독이 캐서린에 관한 섹스 메모를 서로 비교해보면서 나를 비웃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나는 그 영화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모른다.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40 년이상 보지 않았다.그 영화의 감독과 주인공이 죽을 때까지 말이다.』 멕시코의 보수적 환경에서 성장한 탓인지 그는 여성의 정조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19세때 4남매의 어머니인 실비아와 결혼 결심을 하고도 그는 그녀의 과거를 질투할만큼 병적이었다.
***그 의 여성 편력은 『내가 첫 남자면서 나만을 사랑하는여자를 찾는 과정인 동시에 캐서린의 과거와 싸우는 과정』이었다. 『나는 내 자신의 현재를 가지고 캐서린의 과거를 깔아 뭉개버리겠다고 굳게 맹세했다.따라서 새로운 영화에 출연할 때마다 아내의 과거 부정과 맞먹을만한 즐거운 정사를 약속해주었다.언젠가는 그 저울에 균형을 잡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캐서린보다 훨씬 화려한 편력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그 중에자신만을 사랑한 19세의 여배우 수전 볼을 만나고 난 뒤에도 여성의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그가 결혼을 결심했을 때 수전 볼이 죽었기 때문일까.
그의 여성 편력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져 오늘에까지 이른다.그는 불과 2년전 30년간 살아온 두번째 아내 욜란다와 이혼하고 48세 연하의 여비서 캐시 베빈과 결혼했다.
그의 자녀는 모두 13명.그중 2명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독일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났고 1명은 「신분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는 프랑스인 여성」사이에서 태어났다.
『앤서니 퀸은 이 세상 모든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모든 여자들을 임신시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라고 폭로한 루스 워리크의 말대로 그는 모든 여자들의 첫 남자이기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원 맨 탱고』는 앤서니 퀸이 세상을 무대로 춤춘 자신의 댄서 같은 인생 역정에 대한 현시와 반성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이다.자신의 편력에 대해 서슴없이 드러내고 로버트 테일러.존 베리모어.말론 브랜도 같은 동료들의 사생활과 뒷얘 기도아무 부담없이 적고 있다.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그에게 해준 말처럼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잊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고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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