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기지 채권 털어내자” 중국 은행 수백억 달러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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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의 상업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미국 모기지 채권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양대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경영이 부실해지면서 수익률 전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4대 은행 중 모기지 채권 보유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200억 달러에 이르던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을 지난달에는 127억 달러로 줄였다. 6월 말 현재 32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던 건설은행은 한 달 만에 12억 달러를 줄였고, 교통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2700만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을 7월 초 전량 매각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중국의 은행들이 처분한 것은 한은이 보유한 선순위 채권과는 다른 후순위 채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모기지 채권을 투자 목록에서 빼면서 은행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막대한 양의 외화 자산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중국의 4대 은행만 해도 보유한 해외 자산이 46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돈을 미 국채에 투자하자니 수익률이 너무 낮고, 당분간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주식시장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처지는 더 딱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시중은행의 예금을 끌어다 1조8000억 달러 상당의 해외 채권을 사들인 인민은행이 낮은 금리 때문에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2억8000만 달러나 되는 모기지 채권을 추가 매입했다. 외국 채권 매입을 중단하면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고 중국 상품의 수출 감소와 국내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중국 정부의 국제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IHT는 전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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