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야수 능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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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처음 만들어질 때도 세속적인 공연이었죠. 요즘의 뮤지컬처럼 말입니다."

오는 8월 8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르는 초대형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역에 캐스팅된 현광원(36)씨.

그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오페라 가수다. 원광대 성악과를 졸업, 1995년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뮤지컬과 오페라는 색깔이 다르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굵직한 연기와 발성에 더 무게를 둔다. 반면 뮤지컬 연기는 훨씬 섬세하다. 대사를 던지고,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춘다. "배역에 몰입하긴 뮤지컬이 더 좋아요. 오히려 음악에 치중하는 오페라에선 배역에 빠져들기가 더 어려워요."

뮤지컬 출연은 두번째다. 98년 뮤지컬 '팔만대장경'무대에도 섰다. "이번에 맡을 야수 역은 걱정이에요. 분장에 필요한 가발과 꼬리 등 9㎏이나 되는 의상을 걸치고 뛰어다녀야 되거든요."그런데 기획사는 걱정스런 눈치가 아니다. 그의 승부 근성을 알기 때문이다.

99년 로마에서 프리랜서 가수로 뛰던 그는 '라 트라비아타'무대에 섰다. 그런데 그의 노래와 연기에 반한 총제작자가 갑작스레 "다음주에 '라보엠'에서 바리톤 주역으로 설 수 있느냐"는 제안을 던졌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사실은 '라보엠'을 한 적도 없었다. 1주일 만에 악보를 외우고, 비디오를 보며 연기와 동작을 익혔다. 그리고 찾아온 기회를 움켜 쥐었다. 남들은 두세달씩 걸리는 연습 과정이었다. 그는 "브로드웨이 배우보다 뛰어난 야수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02-501-7888.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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