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무대로 ‘복덕방 프로젝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시장 속 다양한 삶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미술의 세계를 접해 볼 수 있어요.”

5일 개막하는 2008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성현(45·사진) 큐레이터는 “시장의 문화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복덕방 프로젝트는 광주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대인시장을 무대로 펼쳐진다.

이 행사는 ▶시장구경 프로젝트 ▶즐거운 집단 창작촌 ▶1코·2애·3날개·4살 ▶열망-천개 만개 꽃을 피우자 같은 이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해 전시장을 꾸리고 거리 공연을 펼친다. 시장 안에 작업공간을 구축해 외부와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홍어를 내세우고, 지역 특유의 음식문화를 통해 음식이라는 보편성과 지역성의 접합을 시도하기도 한다. 빈 점포 안에 설치작품을 전시하는 ‘관조의 공간’도 구성한다.

박 큐레이터는 “복덕방은 인간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사랑방 같은 관계성을 은유적으로 상징해 재래시장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주비엔날레 전시 프로그램 가운데 작가와 관람객들이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 광주비엔날레‘복덕방 프로젝트’의 하나로 광주 대인시장의 빈 점포에 작품이 내걸렸다. [광주시 제공]

◆대인시장 등 주 전시관 5곳=광주비엔날레는 11월 9일까지 66일 간 열린다. 광주비엔날레관을 비롯해 광주시립미술관,의재미술관,광주극장,대인시장에서 전시한다. 특정 주제를 내세우지 않고 ‘연례 보고’란 제목을 붙였다. 최근 1년 사이 주요 전시와 미술 현장, 사회문화 흐름 등을 한 자리에 모아 ‘보고’하는 형식을 띤다. 전시는 ‘길위에서’ ‘제안’ ‘끼워넣기’ 등 3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36개국 12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광주극장에서는 전시기간 동안 독일출신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1945~1982)의 영화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 상영된다.

오쿠위 엔위저(샌프란시스코 아트 인 스티튜트 학장) 예술총감독은 “의재미술관은 아름다운 곳이고, 대인시장은 광주의 역동성을 보여 주는 장소”라며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미술작품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광주라는 도시를 보여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채로운 시민참여 프로그램=광주비엔날레 측은 5일 오후 6시 45분쯤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일대에서 ‘금남로에서 춤을, 비엔날레에서 인연을’이란 개막축하 행사를 연다. 시민 누구나 함께 어울려 춤을 추고 소통하는 거리 무대가 펼쳐진다. 이어 주 전시 출품작인 클레어 탄콘스(미국)의 ‘봄’ 퍼포먼스가 시민들과 관람객들이 어우러져 이뤄진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의 열기를 되살려내고, 작가는 시민행렬을 카메라에 담아 비엔날레 기간 중 전시관에서 상영한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수 많은 이정표’라는 주제로 비엔날레 테마광장과 전시관 일대서 진행된다.

관람이 끝난 관객이 글이나 그림 등으로 재미있는 이정표를 남겨 전시 길잡이로 활용하는 ‘관객들의 이정표 보고서’ 등이 마련된다.

‘비엔날레 인연 복덕방’은 관객 누구나 기증하고 싶은 책을 가져와 돌려 보고, 행사 후 광주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를 위해 ‘움직이는 책 수레’가 매일 전시관 일대를 돈다. 책과 이정표를 제시하고, 관객은 이들 대여하거나 자신의 기록물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비엔날레 입장권은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5000원, 가족권(4인 기준) 2만4000원. 행사기간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통용권은 어른 3만원, 청소년은 2만원이다. 문의 062-608-4114.

천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