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난 '남자 같은 스타일'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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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시룩"을 입을 때는 여성스러운 느낌의 구두와 핸드백을 함께 코디하는 게 좋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패션도 함께 바뀌고 있다. 남성 패션의 일부로 여겨졌던 품목들을 여성들도 찾고 있는 것이다.

셔츠나 통 넓은 바지 뿐 아니라 전통적인 남성용 아이템인 넥타이·중절모·커프스까지 여성 패션에 활용되고 있다. 남성용 구두처럼 생긴 단화와 각진 서류가방도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품목.

아이에프네트워크 문소원 연구원은 “전문직 여성일수록 여성미를 강조하는 옷보다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패션을 선호한다”며 “이들은 여자라는 점보다 업무 성과로 인정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발렌시아가의 매니시 재킷

▶ 도나 카렌의 턱시도를 응용한 재킷

남성복을 응용하는 스타일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남성복 디자인을 여성복에 응용한 스타일을 '매니시룩(mannish look.남자 같은 복장)'이라고 부른다. 통 넓은 바지, 품이 넉넉한 셔츠, 넥타이처럼 매는 스카프 등이 이에 속한다.

아예 여성이 남성복을 입거나, 반대로 남성이 여성복을 입는 방식은 '앤드로지너스룩(androgynous look.남녀가 함께 입는 복장)'이라고 한다. 남자 구두나 신사복의 조끼를 여성이 착용하는 것 등이다.

이 같은 패션의 유행은 미국.유럽 등에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던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군복을 응용한 패션과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가미한 옷들이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앤드로지너스룩'보다 '매니시룩'이 강세를 보여왔다. 주로 남성 정장의 느낌을 주면서도 여성스러운 매력도 함께 강조하는 옷들이 많다. 턱시도형 재킷의 주머니에 리본을 다는 것 등이 좋은 예다.

남성 패션용품의 응용은 각종 잡화류에서도 두드러진다. 구두의 경우 여성미를 강조하는 하이힐 대신 남자 구두처럼 투박한 느낌의 단화가 유행 중이다. 종래 여성정장 구두의 굽높이는 대개 6㎝ 정도가 기본이었으나 요즘은 3㎝가 주류라는 것. 발이 편한 구두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남자 정장 구두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가 여성용 구두로 만들거나 디자인은 남자 구두 같지만 색상은 진한 핑크색을 사용한 제품도 있다.

남성의 상징인 넥타이도 여성 패션에 활용되고 있다. 넥타이를 여성이 직접 매는 경우도 있지만 스카프를 넥타이처럼 두르는 것이 더 많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명함지갑의 경우도 깜찍한 디자인의 여성용이 많이 나와 일하는 여성들의 눈길을 끈다.

여성들이 드는 핸드백도 크기가 큰 것들이 인기다. '빅백(big bag)'이라고 불리는 이 가방들은 A4 크기의 서류가 들어갈 정도로 사이즈가 넉넉하다. 활동적인 바지 정장에 더 잘 어울린다. 금강제화 이전오 대리는 "여성들이 들기에 조금 크다 싶은 가방이 오히려 잘 팔린다"며 "일부 여성들은 남자들이 쓰는 서류 가방을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마를 입는 여성들이 줄면서 스타킹의 스타일도 변했다. 비비안의 경우 바지를 입는 여성들을 겨냥한 판탈롱 스타킹(무릎까지 오는 길이의 제품)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비비안 박종현 실장은 "판탈롱 스타킹이 바지뿐 아니라 치마에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임부복 업체 카렌듈라는 임신 후에도 회사에 다니는 직장 여성들을 위해 꽃무늬와 원색을 사용한 임산복을 내놓았다. 이 업체는 또 청바지의 허리 부분을 고무줄로 만들어 출산 후에도 입을 수 있는 제품도 팔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생활용품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보쉬는 무게가 2kg이던 전동용 드릴을 여성이 들기 좋게 1.4kg로 낮춰 내놓았다. 또 여성 자가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여성 취향에 맞는 카 내비게이션도 나왔다. 키보드 누르는 것을 싫어하는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춰 번호 하나만 누르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제품이다.

홍주연 기자

*** 매니시 룩, 어떻게 소화하나

평범한 정장엔 화려한 넥타이…청바지에 챙 짧은 중절모

▶넥타이

-평범한 정장수트에 밝은 컬러의 넥타이를 매면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

-넥타이가 부담스럽다면 스카프를 넥타이처럼 매는 것도 좋다

▶블레이저(짧은 턱시도형 재킷)

-여성용은 허리선이 보일 정도로 짧은 것들이 많다

-청바지에 블레이저를 입고 구두를 신거나 통넓은 바지와 함께 입으면 좋다

▶베스트(정장 조끼)

-여성용은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작고 몸에 꼭 맞는 스타일이 대부분

-치마.정장바지뿐 아니라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셔츠

-올 봄엔 겉옷으로 입을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가 인기

-셔츠 안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뒤 단추를 3~4개 열면 활동적인 이미지 연출 가능.

▶중절모

-중절모는 하나만으로도 패션을 완성할 수 있는 품목. 챙이 짧은 여성용은 귀여운 느낌을 준다

-청바지에 블레이저를 입고 중절모를 쓰거나 짧은 치마, 베스트와 함께 코디한다

▶빅백(Big bag)

-손에 드는 토드백이 유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커다란 가방이 유행

-바지 정장수트를 입을 때 활용하면 좋다

도움말 : 베스띠벨리 박성희 디자인실장, 아이에프네트워크 문소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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