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 “뒤로 주지 말라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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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천수(右) 등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북한전(10일·중국 상하이)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이 열린 2일 오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연방 빠른 볼 처리와 빠른 공격 전환을 주문했다.

허 감독이 북한전을 앞두고 꺼내든 카드는 ‘빠른 플레이’다. 허 감독은 지난 두 달간 올 들어 열린 세 차례의 북한전 비디오를 꼼꼼히 분석했다. 북한의 수비는 대단히 촘촘했다. 허 감독은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으려면 상대가 자리를 잡기 전에 공격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격에 나섰던 북한이 수비라인을 미처 정비하기 전에 서둘러 공격해야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세 차례의 맞대결에서 북한은 빨랐다. 이를 뚫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받아쳐야 한다.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침투해야 헐거워진 상대의 틈새를 노릴 수 있다. 그래야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 허 감독은 2일 훈련에서 이천수(수원)·조재진(전북)·이근호(대구)·이청용(서울) 등 공격수들을 직접 지도했다. 빠른 플레이에 역행하는 횡패스, 백패스에는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최전방의 조재진은 직접 슈팅을 노리는 대신 수비수를 끌고 나와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천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부터 좌우 윙포워드,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를 오가며 조재진이 만든 빈 공간을 파고들었다. 허 감독은 상대의 밀집수비를 풀기 위해 과감한 중거리슛을 날리도록 지시했다. 허 감독은 패스 하나, 슈팅 하나까지 신경을 쓰며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공교롭게도 바레인과 최종 예선 1차전(6일·바레인 마나마)을 앞둔 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도 허 감독처럼 ‘빠른 플레이’를 들고 나왔다. 일본은 3월 바레인 원정에서 상대 밀집수비에 막혀 고전하다 역습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과 같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스포츠지 ‘스포츠닛폰’은 “오카다 감독이 중앙 수비수 나카자와 유지에게도 스로인을 지시할 만큼 민첩한 공격을 주문했다”며 “중앙 수비수들은 눈앞에 볼이 있어도 측면 풀백에게 스로인을 맡기고 자기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공격하려면 중앙 수비수들도 스로인을 해야 한다고 오카다 감독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파주=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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