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8조 5000억 갖고 있다 … 대우조선 인수에 그 이상 안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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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8조 5000억원을 갖고 있다. 그 금액을 넘겨 써내진 않겠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의 이수호 기획·재정총괄 부사장(57·사진)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그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인수TF팀을 이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또 “현대건설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적절한 인수가는.

“7조~8조원, 많게는 10조원까지 거론되는데 그런 가격은 감당할 수 없다. 최고가 아닌 최선의 가격을 써 내겠다.”

-유력한 재무적 투자자를 구했나.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3사가 참여한다. 경영권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일부 금융권이 풋백옵션·수익률 보장 등을 요구하는데 들어 줄 수 없다.”

-내부 결정이 늦었던 이유는.

“두 달 전쯤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인수 가격이 큰 만큼 사내서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다. ‘집중’과 ‘인수가격’이 쟁점이었다. 하지만 조선업에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수 후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나.

“수주를 도와주고 설계를 같이 하면 구매 단가가 내려가는 등 효과가 즉시 발생할 것이다. 대우조선의 영업이익률 7.7%를 현대중공업(13.1%) 수준으로 끌어올려도 차액(2007년 기준 약 4050억원)만큼의 시너지가 생긴다. ”

-현대건설까지 인수하려면 부담이 있지 않나.

“현대중공업에 이미 플랜트 사업부가 있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 국내서 주택 장사까지 할 생각은 없다.”

-이번 인수전 참여는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뜻도 담겨 있나.

“정 의원은 이번 딜과 무관하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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