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황금알 새 사업 양보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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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통신 업계의 1인자 KT와 SK텔레콤이 각종 신규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서로를 '경쟁상대가 아닌 협력관계'라고 불렀었다. 그러나 전화.초고속 인터넷 등 기존 시장이 한계에 이르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맞붙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는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휴대 인터넷▶디지털 홈네트워크▶포털 사이트 등 거의 모든 신규사업 분야에서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들 사업의 주도권을 쥐는 쪽이 미래 통신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통해 TV방송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어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위성 DMB의 경우 SKT는 지난 2년간 준비해 왔으며, 지난달에는 전용위성을 발사했다. KT는 SKT의 DMB 사업에 지분투자를 통한 참여와 독자추진을 놓고 저울질해왔다. 그러다 지난 22일 SKT의 위성 DMB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DMB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KT는 SKT에 단순한 지분투자가 아닌 'KT 측 상임이사 배정'등 경영참여를 요구했고, SK텔레콤은 'KT의 경영참여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같은 날 KT의 자회사인 KTH(하이텔)의 송영한 사장은 "오는 7월 KT그룹 통합 포털사이트를 개설해 인터넷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며 "이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털사이트는 SK텔레콤이 주력사업으로 육성 중인 분야로 네이트를 기반으로 그 동안 라이코스.싸이월드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네이트는 KTH가 그룹 포털 개설을 밝힌 22일 게임포털 '땅콩'을 연다고 발표했다.

휴대 인터넷에선 양사가 서로 "우리 것"이라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휴대 인터넷은 차량 등으로 이동하면서도 현재의 유선인터넷과 같은 수준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첨단 서비스로 사업자 선정 등을 거쳐 2006년께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KT는 '휴대 인터넷은 유선 인터넷의 연장으로 당연히 KT 몫'이라는 입장이다. SKT는 반대로 '휴대전화를 통한 무선 인터넷의 연장으로 SKT 몫'이라 말하고 있다.

집안의 각종 가전기기 등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제어하는 서비스인 홈네트워크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KT는 현재 서울 목동 등에서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SKT는 오는 29일 서울 잠원동에서 시범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KT 매출 넘보는 SKT=양사는 최근 매출에서도 비슷해졌다. 99년 9조5000억원(KT) 대(對) 4조2000억원(SKT)으로 배 이상 차이가 나던 매출액은 지난해 11조5000억원 대 9조5000억원으로 차이가 줄었다. 순익에서는 지난해 SKT가 1조9000억원으로 8300억원의 KT를 앞섰다. SKT의 모태가 84년 출범한 KT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임을 고려하면 20년 만에 국내 최대 통신업체를 위협하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이는 물론 휴대전화 가입자의 빠른 증가 덕분으로 국내 전체 가입자 3400만명의 절반 가량이 SKT 고객이다.

지난해 말 현재 유선전화 가입자는 2300만명 수준. 한편 이러한 두 공룡의 경쟁 속에서 하나로통신.데이콤 등 후발 통신사업자들도 위기를 느끼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최근 휴대 인터넷 사업 참여, 인터넷 전화사업 강화 등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데이콤은 사옥매각, 시내전화 사업진출 계획 등을 밝혔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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