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국회 새내기들은 무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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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개원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여야는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고집하고 있다.대단한 명분이라도 업은양 기세가 등등하다.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심드렁하다.새로울 것도,흥미로울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2,13,14대 국회가 정상적인 개원을 하지 못했었다.5,7대 국회도 마찬가지.15대의 난항은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재탕인 셈이다.
『제버릇 남주나…』이런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다.또 그런 눈으로 여야간의 싸움을 지켜보면 답답할 것도,안타까울 것도 없다.
하지만 한구석에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바로 초선의원들 때문이다.1백37명이나 되는 신인들.이들이 보스들의 지휘봉끝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고리타분한 힘겨루기의 병정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에서 선거때의 거창한 포부는 간 곳이 없다.
『썩은 정치,낡은 정치를 바꿔놓겠다』던 약속의 기억만 남았어도 할 수 없을 것같은 일에 아무 비판없이 동참하고 있다.『저쪽은 똘똘 뭉쳤는데 우리만 흩어지면 죽는다.』이같은 맹목적인 게임의 논리에 몰입해 있다.
신인다운 신인이 없으니 여야를 막론하고 지도부에 『이러면 안된다』고 얘기하는 의원을 볼 수 없다.
여당에선 토론 한번 없이 국회의장 후보가 결정되고,야당에선 법에 명시된 원(院)구성을 무시해도 따져 묻는 의원이 없다.
신인들은 왜 국회에 들어왔는지를 너무 쉽게 잊은 것 같다.유권자들이 「여야간의 힘겨루기」라든지,「날치기와 실력저지」「줄서기」같은 모습을 더 즐기고 싶었으면 금배지는 신인의 차지가 될수 없었다.
그런 고전적 종목의 선수들은 따로 있다.관록과 경험을 자랑하는 기성정치인들이다.
유권자는 정권잡기 싸움을 그만하고 민생을 걱정하는 새정치를 하라고 신인을 대거 국회에 보낸 것이다.
『아무래도 생각이 새롭고 때묻지 않은 신인이 낫지 않겠느냐』며 표를 던진 것이다.그럼에도 신인들은 지금 너무 쉽게 정쟁(政爭)에 빠져들고 있다.
물론 신인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그럼에도 침묵하는 데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어떤 핑계가 있더라도 결국은 용기 문제다.
기성정치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려면 그로 인한 고통과 불이익을감내할 각오가 있어야 함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인들이 자각해야 할 부분은 그 용기는 선택할 수 있는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유권자가 신인에게 지워준 명예로운의무인 것이다.
김교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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