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조사받는 노무현 정부 실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노무현 정부 때 실세 인사들이 잇따라 경찰과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다.

정상문(62)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홍경태(53)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05년 10월 민간 건설업체가 대우건설과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 개입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브로커 서모씨는 건설업체와 발주사 간에 다리를 놔주고 9억1000만원을 받아 25일 구속됐다. 홍씨는 경찰 수사가 자신을 향해 좁혀 들어오자 최근 말레이시아로 ‘도피성’ 출국을 한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홍씨가 23일 오후 6시20분 인천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지춘 강남서 수사과장은 “홍씨에 대해 25일 출국금지를 신청했고 27일 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나 그 전에 홍씨는 출국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뒷북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은 홍씨에 대해 입국 시 통보조치를 취하고 말레이시아 현지 대사관에도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상문씨는 이날 오후 4시쯤 경찰에 출두해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검찰에서 “토공사장 김모씨에게 압력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진행 중인 석유공사 비리 수사 과정에서도 일부 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중수부는 28일 유전개발업체인 KCO에너지의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4년 전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까지 받았던 이른바 ‘유전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전대월(46)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일단 검찰은 전씨가 러시아에서 유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을 빼돌렸는지, 사업성을 부풀려 주가를 조작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전씨가 전 정권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상장사인 자동차부품업체 명성을 인수해 회사명을 KCO에너지로 바꿨다. 전씨는 같은 해 8월 러시아 회사 지분 24%를 KCO에너지에 시세보다 비싼 가격인 684억원에 넘겨 막대한 차익을 챙긴 협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2004년 8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소개로 만난 허문석씨와 함께 철도청에 러시아의 유전을 개발하자고 제안한 당사자다. 당시 철도청은 유전개발 계약을 했다가 몇 개월 만에 파기, 350만 달러를 손해봤었다.

정효식·이진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