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월드컵>2.남북관계 어떤 영향 미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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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는 2002년 월드컵은 한국.일본 외에도 북한이 참여하는3국 공동개최로 치러질 수도 있습니다.』 정몽준(鄭夢準)대한축구협회장겸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월드컵한.일 공동개최 결정직후 기자들과 만나 월드컵 남북 분산개최를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鄭회장은 『이 문제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면서도 『월드컵이 분산 개최될 경우 이는 남북 평화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鄭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한마디로 「꿈의 구연(球宴)」인 월드컵의 남북 분산개최를 통해 서울.평양간에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터보자는 것이다.
물론 월드컵이 당초 우리가 목표한 단독개최가 아닌 한.일 공동개최로 낙착됨에 따라 남북 분산개최에 대한 기대가 다소 누그러진 면이 없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양이 다소 융통성만 발휘한다면 「축구를 통한 세계 평화구현」이라는 월 드컵 정신은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남북 현안 가운데 월드컵 유치로 당장 긍정적 영향이 예상되는것은 대북(對北)식량지원 문제다.정부의 한 당국자는 1일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렇게 될 경우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원 문무홍(文武烘)정책실장도 지난달 31일 『대한적십자사가 건의해올 경우 곡물등 민간차원의 대북 지원품목을 일부 조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등 정부는 이미 대북 식량지원 애드벌룬을 띄워놓은 상태다.
월드컵은 또 94년7월이래 중단된 남북회담 채널을 재가동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월드컵 분산 유치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당국자가 만나 ▶분산개최 원칙 ▶역할분담 ▶게임수 조정등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위해 남북 체육회담 또는 축구를 중심으로 한 체육교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한편 통일원은 북한이 월드컵 분산유치 카드를 수용할 경우 상당한 정치.경제적 이득을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이 월드컵을 분산개최할 경우 입장료.TV중계권판매.관광수입 등으로 최소 5천만~6천만달러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연간 수출고가 8억달러 남짓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에 월드컵은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더욱 입맛을 당기게 하는 것은 북한이 이 행사를 위해 별도의가욋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평양에는 이미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김일성경기장을 비롯,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5.1경기장 등 대형 스타디움이 갖춰져 있다.
또 정치적으로도 월드컵을 평양에서 치를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테러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을 수도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같은 남북 분산개최는 우리의 일방적인 구상일 뿐이다.평양은 남북 분산개최는 물론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자체에 대해 아직까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그러나 평양의 이같은 침묵에 대해 鄭회장은 『6년뒤 열릴 월드 컵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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