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탄생뒷얘기>3.탤런트 이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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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승연은 원래 스튜어디스 출신이다.그리고 지금은 스타다.둘의공통점은 하늘에 떠있다는 것이다.
자칫 방심하면 지상으로 떨어져버린다는 점도 같다.그녀는 이런사실을 아주 잘 아는 스타다.그녀는 팬들이 자신에게 뭘 기대하는지 잘 안다.그렇지만 함부로 그런 기대를 만족시켜 주지는 않는다. 겹치기 출연을 절대 피하면서 이미지와 연기력을 아끼는 것과 CF에서 고급스럽고 섹시한 그녀만의 스타일을 쌓아온 것.
이 두가지가 그녀를 데뷔 5년만에 1년간 CF 한편당 2억원,영화 한편 출연에 1억5천만원을 보장받는 1급스타로 올 려놓았다. 92년 데뷔이래 그녀의 출연작은 드라마가 10편을 넘지 않고 영화는 개봉중인 『피아노맨』 한편이 전부다.그중 주연은 『호텔』『거미』등 두편뿐이다.그나마 『거미』는 95년 방송된 드라마중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그런데도 그녀의 인기는 수직상승,CF와 영화에서 국내 최고대우를 받고 있다.연기력보다는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했고 이를 발판삼아 연기력도 꾸준히 쌓아올리는 전술이 주효한 것이다.
그녀의 방송진출은 「언니의 지원서를 대신 내러 왔다 PD 눈에 띄었다」는 식의 행운의 시나리오는 아니다.오히려 스튜어디스생활중 모델을 꿈꾸며 끊임없이 연예계의 문을 두드린 노력파에 속한다.스튜어디스 2년만인 90년 「하늘의 미인 」인 「스마일퀸」을 따내고 2년 뒤에는 미스코리아 미에 오른다.그녀를 스타덤에 올려준 무기는 두가지.하나는 말솜씨고 다음은 귀족적이면서도 발랄하고 섹시한 복합적 이미지다.
말솜씨는 데뷔초기 그녀에게 커다란 무기가 돼준다.때마침 시작된 미스코리아의 방송진출 붐을 타고 『특종TV연예』 리포터로 데뷔했는데 여기에서 미모를 능가하는 말솜씨를 인정받아 이내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MC로 격상된다.
2년8개월동안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MC를 맡았는데 이는 또래 여성탤런트들 사이에선 찾기 힘든 롱런이었다.
두번째 무기(이미지)는 MC경력을 교두보로 진출한 드라마와 CF에서 십분 활용된다.데뷔작 『우리들의 천국』과 당시의 CF는 모두 청순한 소녀상을 강조했지만 그녀만의 매력을 각인시킨 것은 『폴리스』에서의 형사역과 『모래시계』에서의 기자역이다.이지적이면서도 꾸밈없는 두 활동적 여성상속에 그녀는 자신의 비장의 무기,즉 섹시함을 첨가시켰다(지금도 그녀는 이 두 역을 가장 좋아한다).
이를 높이 산 방송가는 그녀에게 트렌디 드라마 『호텔』로 첫주연을 안겨줬다.비록 연기면에서는 만족스런 작품이 못되었지만 『호텔』은 제목대로 그녀에게 고급스럽고 화려한 귀족적 이미지를추가시켜줬다.
CF도 박자를 맞춰 도발적인 에어로빅 복장 차림의 제과광고와여자대통령으로 등장하는 화장품광고로 이미지를 부추겼다.이로써 고착된 그녀의 이미지는 후속작 『거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부동의 CF스타와 히로인의 지위에 올려놓는 다.
그녀는 과작(寡作)출연속에 연기력보다 CF이미지로 스타십을 유지하는 탤런트의 전형일 듯하다.그녀 뒤로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져 드라마로 데뷔했지만 지금은 CF출연이 주업이 돼버린 김지호.배용준이 스타로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
상업 성과 연기의 공존을 위태롭지만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그녀는 이제 나이(27세)라는 피할 수 없는 조건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다가서고 있다.영화 연속출연으로 연기력을 높이고 CF출연은 연 3편으로 제한하겠다는 최신전략은 그녀가 꿈꾸는 「 평생스타연기자」의 지위를 그녀에게 안겨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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