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孝 뒤늦게 한탄한들 소용없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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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둠을 밝히는 햇살과 같은 부모의 자식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건만 부모를 공경하고 부양하는 전통적 가족윤리는예전의 어렵게 살 때보다 오히려 퇴색해 각박한 세태를 느끼게 된다. 얼마전 어렵게 사는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노부부의 슬픈 이야기는 소외된 노인들의딱한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우리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한국을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것은 우리 부모세대인 노인들인데 정작 본인들은 온갖 시련과 가난속에 허덕이다보니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해 현재 각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상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데 심성은 더 거칠어지고 메말라지는 것 같다.
도처에서 늙고 병든 부모를 귀찮은 존재로 취급,스스로 목숨을끊고 거리를 방황하는 노인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일은 사람이란 누구나늙어간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사람이 그의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그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메고 살갗이 닳아 뼈에 이르고 뼈가 패어 골수에 이르도록 수미산을 돌아 백천번을 돌더라도 부모의 깊은 은혜는 다 갚지 못하느니라」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중국 불교 경 전)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율곡 이이(李珥)선생은 「나무가 조용해지려고 하나 바람이 자지 않음을 한탄하듯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를 하려하나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셔서 뒤늦게 한탄하고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말씀하면서 부모가 살아 계실때 자손들은 효행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예전의 노인들은 장수하는 것을 가장 행복한 것으로 여겼으나 이제는 사는 보람을 느끼면서 편안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는 것에대한 욕구와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노인들이 존경과 사랑이 섞인 어른대접을 제대로 받으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인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효(孝)문화에 대한 진정한 공동체 의식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 어른들이 노후를 평안하고 안정되게 보낼 수 있을 때 우리의 복지수준은 한단계 높아질 것이다.
김상원 (보건복지부 행정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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