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남편 때리는 것도 이유가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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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남편을 때릴 때 굉장히 '열정'적으로 때려요. 이러다 시집 못 가면 어떡하죠?"

탤런트 조미령(31)이 26일부터 MBC 새 아침드라마 '열정'에서 남편 우식(손현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다혈질 '강지' 역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남편이 오죽 못났으면 아내에게 맞고 살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매 맞는 남편이 늘고 있는 건 엄연한 현실. '열정'은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매 맞는 남편을 그린다.

"남편을 때리는 것은 답답하기 때문이에요. 여자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남자는 딴 생각만 하거든요. 경제적으로도 무능하고요. 시청자들이 보시면 '그럴 수밖에 없지'라고 하실 거예요."

이 드라마는 네명의 남녀가 주인공이다. 강지는 대학교 시간강사, 우식은 음반사 사장으로 나온다. 우식은 사업에 실패해 몇번이나 집을 날린 전력이 있다. 전업 주부 인희(진희경)와 치과의사 준태(최철호) 부부도 등장한다. 인희는 작사가가 되기 위해 우식을 만났다 눈이 맞는다. 준태는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심한 바람둥이다. 아침드라마가 흔히 그렇듯 주인공들은 얼마 가지 않아 모두 이혼한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가정폭력.이혼 같은 주제를 진지하고 무겁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약간 코믹한 접근을 통해 시트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동안 아침드라마는 무거운 얘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웃으면서 웃음 뒤에 숨은 인간의 양면성을 생각하게 할 것"(한철수 PD)이라고 한다.

강지는 매우 당찬 여자다. 남편이 인희와 사귀는 것을 알게 되자 인희를 만나 "남편을 데려가라"고 말할 정도다. 정식교수 자리를 얻어 출세하기 위해 아이의 양육권도 스스로 포기한다. 그 결과 우식과 인희는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한다. 그러나 혼자 잘 살 것만 같았던 강지는 준태에게 운명적으로 끌려 불 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조미령은 "강하면서 어둡지 않고 재미있는 강지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실제 이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혼율이 높은 것은 양보할 줄 모르는 외아들.외동딸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7남매 중 막내예요. 어려서부터 많이 양보하고 살았지요. 결혼하면 남편을 하늘로 모실 거예요."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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