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구성원들의 의식 바꾸기 나서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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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고양시에는 ‘행복한 미래교육 연구포럼’이란 민간기구가 첫발을 내디뎠다. 시민이 주축이 돼 교육의 나아갈 길을 찾자는 취지. 준비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최창의(47) 경기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을 만나 고양시 교육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봤다.

- 민간 교육포럼을 꾸렸는데.

“교사와 학부모, 시민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지난 7월 발기인대회를 가졌고 9월 중순쯤 창립대회를 열 예정이다. 교육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와 민간이 함께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발기인으로는 270여명이 참여했다.”

-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정기적인 토론회와 좌담회를 갖고 선진교육을 연구하게 된다. 이밖에 평생교육 강좌, 교원 직무연수 등 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학생과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것 또한 포럼에서 고민하고 추진할 사업이다. 학부모 대상 교육프로그램도 구상중이다. 교육제도만 변하는 건 소용없다. 교육 구성원의 의식이 함께 변해야한다.”

- 고양시의 교육환경을 진단한다면.

“올해 초등학교 반 정원은 39명, 중학교는 40명으로 조정하면서 과밀학급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화장실 증축과 리모델링도 상당부분 진행됐고 올 여름 이전에 고양시 학교 100%에 냉난방기를 설치했다. 외적인 환경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 남은 과제는.

“양질의 교육을 위해선 학급 정원을 더 줄여야한다. 초등학교 39명, 이거 하는데 자그마치 6년이 걸렸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선진국은 25명을 넘지 않는다. 그래야 아이들의 개성과 수준에 맞는 폭넓은 교육을 할 수 있다. 음악교육만 봐도 알 수 있다. 외국 아이들이 정규 수업으로 다양한 악기를 배울 때 우리 아이들은 죄다 리코더만 불고 있지 않나. 전문 상담교사, 사서교사의 충원과 교사들의 자질향상도 남은 과제다. 교사들의 1인당 수업시간은 줄이고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

- 영어교육이 열풍인데.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게 문제다. 영어는 세계화시대를 살기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런데 이게 목적이 돼 버렸다. 교육의 목적은 행복한 삶과 자아실현일진데 영어 때문에 아이의 삶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불행해진다. 기러기 아빠들 봐라, 그런 교육이 과연 행복한가? 뭐든 과하면 독이 된다.”

- 영어, 공교육만으로 안 되나.

“너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내려는 게 문제다. 언어는 먼저 흥미를 갖게 하고 장기적으로 익혀야 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달달 볶는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어느정도 읽고 쓰고 말하면 충분한데 어려서부터 성적 내느라 난리다. 그러니 6학년만 되면 영어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줄줄이 나온다. 좀 더 여유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 사교육 과열에 대한 공교육의 대안은.

“사교육 과열은 공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다. 공교육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학교가 못해서 학원에 보내는 건 아니다. 이른바 성적지상주의, 입시지상주의가 낳은 부작용 아니겠나. 서열화된 대학, 학벌에 따른 임금격차, 이런 게 해결돼야 한다. 이런 상태라면 공교육의 질이 아무리 높아져도 사교육은 줄지 않는다.”

- 고양시의 특목고 진학률이 높다.

“진학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교육수준이 세계 최고인 핀란드에는 특목고란 게 없다. 모든 학교가 똑같다. 과도한 교육비 지출도 문제다. 특수한 몇몇 학교, 몇몇 인재를 길러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교육정책은 일반학교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부모가 뚜렷한 교육관을 가져야한다. 옆집 아줌마 말에 흔들리고 쫓아다니면 안된다. 아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가를 먼저 파악하고 그 부분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학생 때는 죽어라 공부만하고 대학가서 놀라는 부모가 많은데, 학생시절도 중요한 삶의 과정 아닌가. 10년 넘는 삶이 힘들고 피 말리는 기간이란 건 불행이다. 교육은 그 안에서 배움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최창의 교육위원은…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 자문위원·경기 교육여건개선 운동본부 고양·김포·파주지역 대표·경기도 학교급식개선운동본부 집행위원·행복한미래교육연구포럼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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