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집회 뒤의 향후정국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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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 관계가 보라매 집회이후 변화조짐을 나타내고 있다.야권은『투쟁은 하되 대화도 제한적이나마 응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화전(和戰)양면의 단계로 진입한 모습이다.
때로 비공식 채널도 가동되는 복합적 양상이 관측된다.여권의 김덕룡(金德龍)정무1장관과 서청원(徐淸源)원내총무,야권의 한광옥(韓光玉)국민회의.김용환(金龍煥)자민련 사무총장등 총재 핵심의 활동 반경이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변화의 첫 신호는 야당이 26일 보라매 집회 직후 꺼낸 조건부 대화방침이다.익명을 요구한 고위당직자는 이날 집회를 「성공작」으로 평가하고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한 제한협상 방침을 밝혔다.「국면을 좁혀 대화하겠다」는 말 이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개원일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말은 상당기간등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지만 파행국회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전혀 예전같지 않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장외투쟁에 나선 야권의 명분에 대해 여론이 별로 납득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데 야권은 내심 곤혹스러워하고 있다.여론은 신한국당이 의원들을 무차별 영입하는 그 자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그러나 그것이 야권 장외투쟁의 빌미가 된다는 데 는 이해못하는 형국이다.
더구나 제헌국회 이래 최대 부정선거라는 야권의 주장에는 거의동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이런 판에 무작정 강경 장외투쟁만 벌일 수가 없는 것이다.
신한국당은 보라매 집회이후 야권이 결국 대화에 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입장도 다소 유연해졌다.손학규(孫鶴圭)제1정조실장은 『정치자금법 문제는 원내에서 정치제도 개선특위를 만들 수있다』고 진일보한 입장을 밝혔다.여기에 국회직 배분이라는 당근을 준비하고 있다.여권 일각에선 야권에 국회직 배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강경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국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국회직 배분의 불가피론이 압도적이다.
여야의 이런 변화는 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배분을 계기로 제한된 형태의 의사소통을 낳고,여기에 신한국당이 풀 보따리 내용에 따라서는 본격 개원협상을 촉진할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두 金총재가 자신들의 마지막 승부인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처럼 치켜든 장외투쟁의 깃발을 구체적 담보없이 쉽게 거둬들이지는 않을 것같다.
두 金총재 측근에는 여전히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중립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국회에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강경론이 팽팽하다.여당이 야권의 이런 사정을 간파해 힘 우위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지 만 현재로서는대화와 투쟁의 양면정국 진입이 유력시 된다.
김현종.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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