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사회 KBS"일요스페셜"-황룡사 컴퓨터그래픽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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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누가 우리민족을 다리 하나,백화점 한채 제대로 못짓는 「부실공화국」이라 했던가.1천년도 더 전에 높이 80,30층 빌딩에육박하는 거탑을 세운 역사를 되새겨보면 한민족의 뛰어난 예재(藝才)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KBS-1TV가 26일 밤8시 『일요스페셜』에 「10대 문화유산시리즈」2탄으로 방송할 「황룡사」는 불국사의 8배인 8천8백평 넓이에 세계 최고(最高)의 목탑 9층탑을 감싸안은 매머드급 거찰 황룡사를 첨단영상으로 복원한다.
645년 신라 선덕여왕때 1백년간 역사(役事)를 거쳐 완성된황룡사와 9층탑은 8백년전 고려를 침략한 몽고군의 방화로 사라지고 지금은 절터와 파편만 남은 상태.
그러나 KBS는 첨단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황룡사를 3차원 영상으로 재창조하고 MC(건축가 김석철)로 하여금 내부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곳곳을 설명토록 하는 가상현실기법을 추가,시청자에게 환상적인 역사여행을 선사한다.
이 프로에서 황룡사는 신라 건국신화의 상징물이요,대체물이다.
황룡(국왕을 의미)이 깃들인 거찰을 보며 국민들은 국가의식을 고취했을 것이고 경주시내는 물론 동해까지 굽어보이는 9층탑은 국방을 위한 더없는 파수대였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 의미와 함께 최신 영국제 컴퓨터그래픽기 「앨리아스」로 초당 30만~50만원씩 들여 2개월간 만든 12분간의 첨단영상은 금빛 용이 뛰노는듯 아름다운 황룡사의 안팎을 낱낱이보여줌으로써 이 프로에 예술적 향취를 더해준다.
64개의 주춧돌,지름 65㎝이상의 아름드리 나무로만 지어진 이 세계 최고의 목탑(2위는 중국 웅현목탑으로 높이 67)은 층이 높을수록 탑신크기가 줄어드는 아름다운 체감비와 처녀 허리처럼 매혹적인 처마의 곡선미가 「고건축의 바이블」 그 자체다.
9층탑 말고도 이 프로에는 황룡사내에 안치된 인도 아쇼카왕의3만푼짜리 황금불상과 안타까이 잿더미로 화해가는 황룡사 소실장면 등 볼거리가 넘치며 MC가 9개의 계단을 올라 황룡사대문을열고 경내에 들어가는 장면은 그림자까지 정확히 그래픽과 합성돼완성도 높은 가상현실을 보여준다.
고건축연구 전문가로 프로고증에 참여한 김동현 문화재관리국실장은 시사회에서 『완성된 화면이 양호하고 고증에 충실했다』며 합격점을 주었다는 것.
역사와 예술을 아우른 이 영상물은 주말저녁 시청자들에게 잊혀졌던 1천년 불국(佛國) 신라의 향기를 가슴깊이 들이마실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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